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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의 성장처럼 본문

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대나무의 성장처럼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0. 11. 18. 14:22

작년 봄, 학교 화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나무가 자리잡고 있어서 학교 화단을 정비했다.

대나무를 뿌리까지 뽑아냈다.

대나무는 뿌리가 남으면 바로 싹을 틔우고 올라오니 뿌리까지 다 제거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대나무 뿌리를 제거했다.

    그 자리에  삼색버드나무(화이트핑크 셀릭스), 에메랄드그린, 나무 수국, 에키네시아 , 독일부추, 해국 등으로 채웠다.  작년 봄이 지나고 심은 나무들이라 심을 때의 산뜻한 기분만 간직하였다.  그러다 올해 4월에 피기 시작하는 삼색버드나무를 보고 반해버렸다. 여느 꽃보다 화려하게 피는 흰빛, 분홍빛, 연둣빛이 아름다웠다.  그 수형이 꽃다발처럼 피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설렜다.

  한동안 잊고 지낸 대나무가 화단에서 발견되었다. 화단 뒤켠에서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뿌리를 뽑으려 해도 깊게 뿌리를 박고 있어서 도저히 손으로 뽑을 수가 없다. 매번 볼 때마다 잘라내기는 하나, 다음번에 보면 또 다른 곳에서 발견된다. 대나무와의 공존은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발견하기만 하면 잘라버리고 있다.

 

  대나무에 대해 공부를 해 보았다.

대나무는 씨를 뿌린다.

씨를 뿌리고 나면 1~2년차에는 싹이 나오지 않는다.

3년 차가 되면 죽순이 삐죽이 나온다.

4년 차가 되면 대략 30cm까지 자란다.

5년 차가 되면 짧은 시간에 20m까지 자란다. 하루에 1m를 자라기도 한다.

 

 대나무의 성장을 공부하고 나니 화단 구석구석에서 삐죽이 올라오는 대나무순들이 무섭기도 하다. 올라오는 순을 잘라주기만 하는 것으로 그들의 성장을 막을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럴지라도 나는 대나무순을 자를 수밖에 없다.  화단에 있는 다른  나무와 꽃들이 자리를 잡고,  어울려서 아름다운 화단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나는 대나무를 막을 생각이다.

 

 반면 대나무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 본다.

5년이 되어서야 20m를 자라지만 1-2년 차에는 그 씨앗이 싹을 틔우지 않는다.

그것은 그만큼 자기 안에서 싹을 틔울 준비기간이 길다는 뜻이다. 

또한 뿌리가 20m를 지탱할만큼 튼튼하게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과 공기, 햇빛만 있으면 자라는 다른 풀들과 달리 20m를 자라야 하니 준비할 것이 많은 것이리라. 5년 차 대나무의 1시간 생장속도는  소나무의 30년 길이 생장속도와 맞먹는다고 한다. 대나무는 마디에 생장점이 있어서 속을 비우고 위로, 위로 자란다.

 

 5년차 대나무의 성장처럼 폭풍성장을 꿈꾸는가?

그렇다면

20m로 자라날 자신을 버티고 설만한 뿌리를 함께 준비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