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흙.바람 +나

순백의 뇌 본문

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

순백의 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0. 11. 2. 11:42

내 뇌는 깨끗하다.

순수하다.

텅 빈 백지 상태다.

순백의 뇌는 확장성이 있다.

기억과 상상을 넘나든다.

E.H. 카가 말한 것처럼 과거를 상상하고, 미래를 기억한다. 상상으로 과거를 재구성하고, 기억을 통해 미래를 그린다.

-<강원국의 글쓰기>203쪽 인용

 

내가 가진 생각은 나의 외적인 환경에 의해 응집된 결정체이다.

시대적 배경, 가정환경, 지역적, 인종, 성별, 종교 등으로 이루어진 집합적인 사상과 시스템으로 형성된 결과물이다.

그러니 내 생각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거울에 비친 상이 렌즈에 맺혀 허상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우리가 사진이라고 부르듯이 내 생각도 존재가 없다.  

 

어떤 사람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그의 행동은 수정되어야 하나 그는 존중되어야 한다.

한 사람의 행동은 그 사회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결과물일 수 있다.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이든지 말이다.

 

다만 우리는 책을 읽고, 사유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읽고, 그에 부합하는 나만의 행동을 결정하려고 노력하는 행위는 할 수 있다. 또 연어가 물을 거슬러 오르듯이 시류의 흐름을 읽고, 저항하려는 노력도 할 수 있다.

 

물고기의 몸에는 옆줄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있다.

옆줄은  붕어, 잉어 등의 머리 뒤에서 꼬리까지의 몸의 측면에 직선으로 보인다. 자세히 보면 비물 하나하나마다 구멍이 뚫려 있고, 이 구멍들은 몸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속에 점액이 가득 차 있다. 물의 흐름, 수압, 진동 등 외부 자극을 감지하여 뇌로 전달한다. 

 

살아있는 물고기를 

물이 흘러가는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물의 흐름을 읽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