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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4 글쓰기

쓸모의 쓸모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6. 30. 23:12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쓸모없는 물건은 버려!'

'저런 사람은 쓸모가 없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도대체  '쓸모'라는 게 뭘까? 쓰임새를 말하는데 무언가를 할 때 도구로 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 쓸모라는 게 정해져 있는 공식이 있는 걸까? 어떻게 단정 지어서 '이건 쓸모가 있고, 저건 쓸모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말하는 '쓸모'는 물건을 생산하고 '돈'을 만들어 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져 있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이제 공부하자!" 교실에서 이런 말을 들은 아이는 다시 입을 벌려서 어떤 말을 해할 야하는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내가 입을 열면 다 쓸데없는 말이구나! 싶으면 의견을 말하거나 토론을 할 때도 입을 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사례가 그려진 동화책 <우리 반 목소리 작은 애>를 읽으면서 수시로 말하는 "쓸데없다", "쓸모없이"라는 말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람의 쓸모는 어떻게 결정될까? 1차 산업화 당시 인간의 노동이 기계로 전환되면서 1차적으로 사람의 근육을 통한 노동의 쓸모가 다했다고 생각되었을 것이다.  이제 4차 사업혁명을 통해 인공지능 AI의 도입을 앞두고 사람의 두뇌에 대한 쓸모에 대해서도 도전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지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대답하는 AI와 한두 번 친구와 잡답을 했다는 이유로 "쓸데없는 말"이라고 규정짓는 교사 중에서 학생은 누구의 교육을 선택할 것인가? 당연히 AI일 것이다. 그럼 교사도 AI로 대체될 것인가?

나는 '쓸모'의 '쓸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쓸모가 있는 지에 대한 판단은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혹은 '돈'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쓸모'일지라도 그 쓸모는 우리를 위로하고 감정을 어루만지며 어떤 때 어떤 쓸모로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 아니냐고.  

 

쓸모를 생각해 가져다 놓은 물건들이 책상 위에 가득하다.  책, 안경, 만년필, 메모지, 달력, 마우스패드, 스피커 등등.  쓸모의 쓸모를 생각하다가 내 머릿 속이 복잡하게 엉키고 있다. 쓸모없는 생각은 버려야 하는데 그 기준이 모호하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쓸모일까 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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