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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4 글쓰기

요즘 세상 요즘 어른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8. 22. 07:03

 

요즘 세상에 

어른은 없다

조각 조각 쪼개진 아파트에 살면서

타인으로부터 철저히 분리되어

또한 철저히 사생활을 보호받는다

그러느라 타인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다

그러니 마냥 혼자다

셀프카메라로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밥 먹기 전에도 인스타에 인증을 올린 후에야

간신히 밥을 먹는다

제사는 누굴 위해 지내냐고 타박하더니

정작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 의식을 치른다

 

서른 살 딸이 결혼하려는 상대가 맘에 안들어 끙끙

마흔 다섯 아들이 홀연히 짐싸고 나갔다고 안절부절

스물 아홉 자식이 취직 못해 있다고 안달복달

 

어린 아이는 태어나 삼년은 부모와 자라야 할터인데

태어나 얼마 안 있어 어린이지 유치원으로 보내고

열살부터 준비해야 의사된다고 공부시킨다고 한다

웬만큼 자란 아이는 갈 곳 없어 학교 학원 길위를 맴돈다

집값을 어떻게든 올리려 365일 집값타령하는 tv

야금야금 홈쇼핑이 점령해 버린 tv

어떻게든 부자가 잘 살아야 한다는 tv

얼마나 뻔뻔하고 얼마나 이기적인지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는

늙지 않으려 보톡스로 막는 사람들 이야기다

 

굳은 살은 언젠가 떨어져 나간다 

물집 잡혀 부어오른 살을 가만 놔두었더니

한 열흘 지나니 저절로 떨어질 준비를 하고

걸리적 거려서 떼내니 저절로 떨어졌다

이미 새살을 만들어서 상처도 남기지 않았다

 

tv를 끄고 정원의 나무와 마주한다

비 뚝뚝 떨어지는 아침이다

 

요즘 세상에 어른은 없다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기다리는 일이 많아지는 일이다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일이다

자신의 역할을 줄이는 일이다

누구야 너 사는 세상 잘 살아라

누구야 너를 응원한다

누구야 너의 세상을 기다린다

누구야 너의 전화를 기다린다

누구야 너와 만남을 기다린다

누구야 너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