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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4. 5. 22. 본문
내가 어렸을 적에 작은 소읍에 살았는데 사람이 죽으면 구경거리가 되었다. 꽃상여를 멘 사람들 앞에 선 사람이 종모양의 방울을 흔들면서 선창을 하면 상여 멘 사람들이 후창을 하는 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신작로 길을 지나갔다. 그 사람보다 앞서서는 만장이라고 긴 현수막처럼 생긴 천을 들고 걷는 사람이 있었고, 상여 뒤에는 가족들이 뒤따랐는데 남자들은 대체로 말이 없거나 '아이고~ 아이고~'하면서 곡을 했던 반면에 여자들은 큰 소리로 울면서 뒤따랐다. 그렇게 묫자리에 도착하면 땅에 묻고 그 자리에서 산 사람들은 수고했다고 밥과 국을 차려서 먹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마루 한켠에 영정사진을 놓고 식사 때마다 밥과 물을 올렸다. 그런 일을 1년은 했던 것 같다. 그러니 돌아가신 분에 대해 누구나 알았고, 충분히 죽음을 받아들일 여유가 있었다. 죽은 사람을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죽음을 인지하고 추모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언제부터인가 죽음이 병원의 뒤켠으로 숨어버린 이후에 사람들은 죽음을 생소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지 않기 위해 불로초를 구해 먹었다는 진시황처럼 불로의 약을 찾아 비타민부터 이름도 어려운 외국의 식물까지 다 먹고 있다. 그러나 죽음은 언제든 한 번 마주쳐야 하는 일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있다가 당하는 상실감은 엄청나게 크다. 나도 내 주변에서 한 두 사람의 죽음의 소식을 듣고 오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는데 그 가족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다. 더구나 느닷없는 죽음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터부시하고 잘 쓰지 않는 단어가 되어서 '소천하였다. , 하늘나라로 갔다. 돌아갔다....'로 표현하고 있다. 태어남의 끝이 죽음이라면 그 단어를 감춘다고 해서 감추어지는 것이 아닐진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 어떤 죽음을 죽을 것인가?'를 말한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이다. 누구나 한 번 죽는 죽음이 나에게도 온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인위적으로 삶을 연장하는 기술이 발달하여 병원에서 지루하고 고통스럽게 지내는 분들도 많이 있다. 태어남도 죽음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권리를 찾으려면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방법을 논의해 봐야 할 순간이 왔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착해서 하늘나라에서 먼저 불러서 갔다, 아빠는 해외에 출장 갔다....' 등의 말로 가족의 죽음을 알리는 걸 미룬 후에 알게 된 고통이 훨씬 크다고 한다. 심지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단다.
상업적 자본주의는 '두려움'을 일으켜서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하게 한다. 심지어는 '죽음'조차도 숨겨놓고 사람들의 눈을 가린 채 온갖 죽음 관련 산업들을 양산하여 판매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명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니 두려움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지워나간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은 옅어지지 않을까 한다. '움직이는 섬'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판매하는 시스템이란 참 재미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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