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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5. 31. 18:23

사람들은 '상냥한 편의점,  빛이 시작되는 편의점'을 꿈꾼다

 

  한국을 30년 앞서 간다는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문화 중 하나가 편의점이다.  동네 슈퍼는 문을 닫고 편의점이 하나 둘 생기더니 편의점이 없으면 불편한 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2021년 <불편한 편의점> 소설이 한동안 인기를 끌다가 급기야 <불편한 편의점 2>까지 나왔다.  그런데 비슷한 테마로 일본 소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이 2023년 3월에 발행되었다. 벌써 15쇄를 찍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편의점에 관심이 많은 지를 알려주는 수치다. 

  편의점 이름이 텐더니스(tenderness, 부드러움)이라니? 텐더니스는 규슈에만 있는 편의점 체인이다.  '사람에게 상냥한, 그리고 당신에게 상냥한' 브랜드 모토다. (21p) "언제든  찾아오세요. 항상 여기에 있을 테니까요." 라고 속삭이는 편의점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을까? 

 

 저자인 마치다 소노코는 미용전문학교, 미용사 등 여러 직업을 가졌다가 결혼 후 아이 키우는 일을 하였고 28세에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카메룬의 푸은 물고기>,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 그래미>, <52헤르츠  고래들> 등의 작품이 있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기타큐슈 모지항이라는 실제 바닷가 지역에 있는 가상의 편의점이 무대가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다. 독특한 인물 설정, 유머러스한 문장,  만화와 같은 포근한 장면 연출 등 따뜻함을 배경으로 인간적인 마을의 한복판에 있는 편의점을 그려낸다. 

 

   독특한 인물로는  페로몬을 흘리고 다닌다는 비난을 받지만 '요리의 마무리는 애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접객의 완성 역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담아 미소를 보내려 한다.(382p)'고 자신의 친절에 최선을 다하는 시바 점장이 으뜸이다.  게다가 '무엇이든 맨'이라고 등 뒤에 글씨를 쓴 옷을 입고 다니는 쓰기는 사람 찾기와 문제 해결하기, 편의점 음식 꿀조합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미쓰리는 낮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 밤에는 만화가로 편의점 이야기를 온라인에 연재하는 일을 한다.  그래서 항상 편의점의 일들에 관심이 많다.  쇼헤이는 빨간 삼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본인이 제작한 모지항 관광지도를 관광객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소식통이자 순찰자이다.  

 <불편한 편의점>이 한국의 서울역 뒤편의 작은 골목길에 있는 편의점을 있는 그대로 그리면서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밝은 빛을 찾아냈다면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제목 그대로 환상적인 마을의 풍경과 이상적인  편의점 환경과  편의점 직원,  마을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그려내고 있다.  만화로 그려지면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나만 한 게 아니었나 보다. 독자들의 영상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벌써 20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저자처럼 인생이 너무나 각박하고, 살기가 팍팍하니 삶의 일상이 되어버린 '편의점'에서부터 빛이 시작되어 사방을 환하게 비출 수는 없을까? 하는 환상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어서 그러지 않을까? 비록 생각일지라도 단 한순간이라도 사람들에게 웃음과 빛을 줄 수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은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더 좋은 책의 역할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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