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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3. 1. 15. 본문
통영과 거제를 여행하면서 왜 사람들이 통영 앞바다를 좋아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통영의 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에 떠 있어서 큰 파도를 막아주니 아늑하다. 바다가 육지 깊숙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만과 반도의 모양이 유순하고 섬들의 모양도 둥글둥글하다. 거제를 가 보니 바람의 언덕, 매미성이 있는 외포리도 섬은 보이지 않고 바다가 들이닥치는 형세라서 바람이 매서웠다.
이번 여행에서의 화두는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仁者樂山 知者樂水(인자요산 지자요수)'라는 말이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은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는 문장으로 풀이된다. 인자한 사람이란 행동이 진중하고, 신뢰를 중시하며 우뚝 서서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와 같은 성품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산에 가면 아름드리나무들이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고, 그 옆으로 세월을 셀 수 없는 바위들이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도 언제 가도 그 자리에 서 있는 바위와 나무들이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지자요수(知者樂水)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문장으로 풀이된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때와 상황에 맞게 처신을 하며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고 항상 지혜를 탐구하는 사람이다. 때로 찻잔 속의 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큰 호수의 물이 되는 물처럼 변화하되 자신의 특성을 잃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바다에 가 보면 바다는 우묵한 곳에서는 우묵한 곳까지 들어가고, 툭 튀어나온 곳에서는 또 그곳까지 물이 가 닿으면서도 파도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물은 생명체에게 기꺼이 자신을 내 주고 있다.
통영의 매력은 '仁者樂山 知者樂水(인자요산 지자요수)'를 겸비한, 섬을 품은 바다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화가 전혁림, 작가 박경리, 화가 이중섭, 작가 유치환 등 많은 예술가들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였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에 산과 바다가 있는 통영이 제격인 모양이다. 인자함도 지혜로움도 사람의 덕목으로 으뜸이 아닌가? 또 하나의 매력은 큰 변화를 겪지 않고 옛 모습을 간직한 골목,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곳곳에 카페가 많아서 통영도 커피 권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직 커피와 빵을 파는 대형카페가 없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균형이 아니라 한쪽으로 유행이 쏠리는 건 왠지 그리 반갑지 않다. 통영은 남해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어서 큰 맘을 먹어야 방문할 수 있는 도시이지만 조만간 다시 찾고 싶은 도시다. '벚꽃 엔딩', '여수 밤바다' 같은 노래가 여수를 들썩이게 한다. 그런 유행의 흐름이 싫기에 통영을 소재로 하는 유행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 가도 거기 있는 통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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