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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시

내가 나에게 진 날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6. 14. 19:13

내가 나에게 진 날,

나는 전화를 건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자갈돌이 굴러가듯이 연결음이 달려간다. 

전화는 내가 원하는 이에게 가 닿지 않고

계속 자갈 굴러가는 소리만 내게 보낸다. 

빨간 단추를 눌러 자갈을 멈춘다. 

 

이제는

설렘과 기다림의 시간이다.

전화가 소리를 낼 때까지.

 

곧 전화가 오면

나는

생기있는 웃음을 되찾을 것이다. 

 

귓속이 시끄럽고

눈을 감아도 

눈앞이 어지러운 날은

내가 나에게 진 날이다. 

 

내가 나에게 진 날, 

나는 전화를 건다. 

 

오늘도

나는 전화를 걸었다. 

또 다른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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