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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아제아제 바라아제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5. 15. 15:41

2022. 5월 배우 강수연이 돌아갔다.  그 배우를 추모하는 영화를 5. 14. (토) obs에서 방영하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빨간 딱지 영화의 대명사쯤으로 여겨졌던 영화다. 제목만 익숙할 뿐이지만 익히 아는 영화로 여겨졌고 반갑기도 했다.  한 배우의 죽음을 애도하는 일은 어떤 형태로든 필요해 보인다.  유튜브에서 배우가 죽은 다음날인가 '그 배우가 왜 죽었나?'를 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언론에 잠시 비치는가 싶었지만 여전히 그 배우의 이름을 걸고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한국은 한 사람의 죽음도 돈벌이로 앞세우는 지경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이반의 죽음 소식을 들은  동료들 중에서 어떤 사람은 '난 장례식에 안 가고 싶은데....', '이반의 자리에 누가 승진할까?', ' 그 사람이 승진하면 그 자리는 누가 갈까?'의 머리 굴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묘사되어 있는데 그 장면이 떠 올랐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는 반야심경의 가장 마지막 부분으로 '가자 가자 넘어가자'는 의미라고 한다. 한승원 작가의 1985년 동명 소설을 1989년에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나는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의 삶을 발견한다. 세상에서 부대끼고 살면서 누군가를 구제하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이면서 사는 주인공 순녀와  절에서 스님으로 진리와 자유를 구하다가 스승에 의해 사회로 나왔지만 결국 다시 절로 돌아가 면벽수행을 해 보지만 결국은 사람들을 밀어내는 인물인 은선스님이다.  마치 불교의 대승불교(청하스님),  소승불교(은선스님)를 대표하는 인물로 보여진다. 

 

 순녀는 절에 들어가 머리를 깎고 청하스님이 되었으나 마음이 따뜻한 인물이다.  어느 날 죽기 위해 절을 찾은 박현우를 구한다. 그러나 그 일은 박현우가 순녀에게 여성으로서의 요구를 하게 했다.  박현우는 빨치산 부모가 암자 귀퉁이에 버린 자신의 인생을 탓하면서 세상을 원망하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다가 세상에 대항하고 복수하기 위해 자살을 하려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를 새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순녀는 그와 함께 살지만 막장이 무너지면서 박현우는 죽고 만다. 그 후에도 순녀는 다리가 없는 사람을 불쌍히 여겨 그와 살아주고, 섬에서 간호부 노릇을 하면서 자신을 원하는 기사와도 함께 살아준다. 순녀는 그렇게 자신을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주는 일이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러다 기사가 죽고나서 절로 돌아갔지만 절에는 그런 순녀를 받아줄 진성스님도 죽고 없다.  순녀는 그녀를 밀어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진성스님의 뼈를 간직한 채 자신이 가던 길을 가기 위해 도시로 내려와 삶을 이어간다. 

 

 은선스님(민혜영)은  경전을 공부하고 수행에 정진하나 사랑이 부족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모습을 보고 스승인 진성스님은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오라고 도시로 보낸다. 그러나 도시에서 은선스님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절로 돌아온다. 깨우침을 위해 자유, 구도의 길을 가지만 진성스님이 준 화두 "왜 달마스님은 수염이 없느냐?"를 풀지 못하고 진전이 없자 만행을 떠난다.  동굴에서 면벽 3년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들도 모두 집착의 근원이라 여겨 모두 불태워버린다.  도시에서 데모에 앞장서 수배를 받고 있는 대학 친구가 절로 찾아오자 그조차 숨겨주지 못하고 속가의 부모에게 보낸다. 비구니 스님들이 모여있는 절이라서 그렇다는 건지 진성스님은 뛰어난 스님으로 포용력과 지혜를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 반면 다른 스님들은 여성으로서의 억압된 사회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아쉬웠다. 은선스님은 다시 찾아온 순녀(청하스님)가 자신과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등을 떠 밀어 내 보낸다. 

 

 고 강수연 배우가 이 영화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삭발을 한 작품이라서 더욱 주목을 받았던 영화다.  외국영화를 주로 보았던 요즘 잊혀졌던 한국 영화의 탄탄한 시나리오 전개와 영화배우의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영화였다.  '가자 가자 넘어가자'라는 의미의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청소년기에는 관람불가라서 못 봤던 영화다. 세월이 흐르고 강수연 배우가 돌아간 지금, 이제야 보게 보니 그때는 이해 못했을 영화 속 인생들을 이제 조금 이해했다고 해야 할까? 

 

 

청하스님(왼쪽), 은선스님(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