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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흙.바람 +나
2024. 5. 31. 본문
안부를 묻는다. 잘 계시나요?
오늘은 5월 31일이다. 대략적으로 우리는 계절을 나눌 때 3, 4, 5월을 봄이라고 본다. 5월은 봄의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고 그 절정에는 빨간 넝쿨 장미가 핀다. 이제 봄이 무르익어 여름을 향하는 날에 아침에 라디오를 듣고 출근을 하다가 '안부'에 대해 문득 생각한다. 내가 떠올리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내게 어떤 따뜻한 눈길과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준 사람들일 것이다. 그것이 진심이든 지나가는 말이든 따뜻한 말을 해 준 사람에 대한 기억은 사람들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
나이가 오십이 넘으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직장 동료가 아니면 동호회 회원이나 대학 도익, 고등학교 동창, 어릴 적에 같이 자란 친구 정도다. 그런 친구일지라도 나이 오십 넘으면 서로들 안부를 묻는 처치까지는 아니고 가끔 장례식장이나 결혼식장에서 악수나 하는 사이일 뿐. 무심하게 사는 게 인생이다. 그런다고 가족들과 살갑게 지내지도 않을 텐데. 그러고 보면 다들 섬처럼 떠돌면서 살고 있는 듯하다.
월말, 월초는 안부 전화를 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월말이라 생각나서 전화했어요.", "월초라서 안부 전합니다. 건강하세요~^^" " 경찰차만 보면 생각나네요. 잘 계시죠?" "작년에 준 상추를 먹은 게 벌써 일 년 전이네요. 여전하시죠? 그때 감사했어요." "이번에 옮긴 직장, 거기 어때요? 잘 지내요?" 이런 안부를 물어온다면 반갑게 받아주세요. "잘 지내요. 우리 조만간 만나서 차 한 잔 해요. " "사무실 가까우니 커피 마시러 오세요." 안부를 묻는 그 사람이 따뜻한 마음으로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생각만 하고 접어두면 생각은 전해지지 않는다. 행동으로 이어져야 상대가 그 생각을 전해 받을 수 있다. 신기하게도 마음과 감정은 나눌수록 커진다. 물론 나쁜 감정도 마찬가지다.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나눌수록 메아리가 되어 자신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러니 분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쁜 감정은 입에 담지 않을 것이다.
오십 넘어서도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명함을 받으면 일주일이 되기 전에 연락한다. 전화해서 만나서 반갑다고 말하고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혹은 몇 번 만나고 나와 코드가 맞는다면 먼저 친구하자고 한다. 그러면 대다수가 의외로 선뜻 반기면서 다가온다. 다들 코로나 이후 친구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서로의 고민을 조금만 말해도 금방 친해진다. 사람 마음도 거기서 거기다. 사람 사는 일도 거기서 거기다. 오십 넘어서 친구를 사귀니 옆에서 한 마디 한다. "그러다 가스라이팅 당하는 거 아냐?" 가스라이팅이 별거냐. 챙겨주고, 걱정해 주는 거지. 다만 오십 넘으면 저절로 안다. 저게 걱정해서 그러는 건지 가스라이팅으로 자기 유리하게 하는 건지.
미세먼지와 황사와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버티고 살아내느라 수고했어요. 5월의 나무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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