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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기소영의 친구들 본문
우리들만의 기억으로
얼마 전 지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작년 가을에 지인의 집에 갔다가 늙은 호박, 푸르둥둥한 호박, 국거리로 마침한 호박 등을 따는 일을 거들었다. 잘 생긴 호박을 선물로 가져온 기억이 있는데 호박을 준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거다. 아침에 멀쩡히 집에서 나갔지만 교통사고로 장례식장으로 가서 누워있다고 했다. 망설여졌다. 가서 뭐라 말해야 위로가 될까? 조문을 다녀왔어도 그 죽음은 한동안 일상에 맴돈다.
<기소영의 친구들>을 쓴 작가 정은주는 ‘우리 삶은 다른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모든 죽음에 애도와 추모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 책에 담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친구들을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우리 사회가 세월호 구출의 골든 타임만이 아니라, 추모의 골든 타임도 놓쳤다(p143)는 생각에서 ‘자신의 삶과 긴밀하게 얽혀있던 가까운 친구의 죽음, 사별의 과정을 가르쳐 주지 않는 어른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방법을 찾으려는 아이들의 이야기‘(p.143)로 썼다고 한다.
<기소영의 친구들>의 이야기 줄거리는 단순하다. 기소영이 죽었다.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골에 다녀오다가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일요일 밤,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전달된 소식은 어른들의 입을 통해서 소영이네 반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화자인 채린이는 처음 겪는 일에 당황스럽고 낯설다. 교실에 떨어진 연필, 함께 찍은 사진, 소영이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늘어난다. 채린이, 나리, 영진이, 연화, 호준이. 이들은 소영이를 제대로 보내주기 위해 성당에서 49재 미사에 참여하고, 소영이의 납골당이 있는 시골에 다녀오기도 한다. 또 졸업 앨범에 반 친구들의 인사를 담은 롤링페이퍼를 넣기도 한다.
사람은 죽음 앞에서 무력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죽음이 삶을 압도하지는 않는다. 남은 사람들에게는 살아야 할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은 더더욱 그렇다. 죽음 옆에서 우리는 계속 살아갈 것이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명랑하고 씩씩하게 옆 사람의 손을 잡을 것, 슬픔과 그리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누군가 떠나갔어도 내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이야기 끝에 아이들의 졸업식이 계획되어 있다. 졸업식은 또 다른 시작이기도 하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상실감과 슬픔을 극복하면서 제대로 애도하는 방법으로 ‘기억하는 일’을 선택하였다. 소영이의 빈 자리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고 새롭게 채운다. ‘함께’ 기억하기다. '함께 기억하기'는 작가가 찾은 최고의 애도방법이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죽음을 다루고 있어서 슬플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주변의 친구들에게 눈을 돌려 ‘죽은 소영이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을까?’,‘친구들은 소영이를 어떻게 기억하길 바랄까?’라는 두 개의 맥락을 끌고 나간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난 후 책 <인생수업>을 쓴 미국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sabeth kubler-Ross)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애도 반응이 5개의 특징적인 단계를 통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부정(denial): 마음 속에서 현실을 부정하며 점차적으로 고통을 받아들인다. 주변 사람의 지지와 격려가 중요하다
-분노(anger): 나는 어떻게 살라고? 같은 분노는 주변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감정 표현이다. 상실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타협(bargaining):‘다시 보내주시면 잘 살겠다’와 같은 말로 신에게 기도하며 바라는 행동을 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행동도 하겠다는 생각 표현이다.
-우울(dapression): 상실 직후 혼란스러운 감정이 가라앉은 후 타인과의 만남 회피 등을 경험하고 감정 표현도 현저히 줄어든다.
-수용(acceptance):’좋은 곳에서 편히 지낼 거야. 나도 잘 살아야지.‘현실의 고통을 부정하거나 바꾸려고 더는 애쓰지 않는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을 돕는 방법은 슬픔과 고민을 경험하고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옆에 머물러 주는 것이다. 말보다는 공감이 필요하다. <기소영의 친구들>은 어른도 늘 서툴고 낯선 죽음에 대한 애도를 초등학생 6학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애도의 과정을 함께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동화로 손색이 없고,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삶과 죽음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공통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소영의 친구들>을 읽고 나눠 볼 이야기
*내가 소영이의 친구라면 어떤 방법으로 소영이를 기억할까?
*'기소영의 친구들'처럼 나에게 소중한 친구는 어떤 친구인가?
*소영이는 호준이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알았을까?
*친구들이 소영이를 좋아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내 친구가 죽는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할까?
*내가 죽는다면 내 친구들도 나를 기억하고 기소영의 친구들처럼 해줄까?
*왜 49재는 49일일까?
*주요 등장인물의 특징을 찾아서 성격을 추측해 보자.
*기소영의 친구들이 소영이를 애도하기 위해 한 일은 무엇일까?
*슬픔을 애도하는 연습을 해 볼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