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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고 있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12. 11. 22:34

교사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고 있다… 문제는 ‘겸직’이 아니라 ‘학교’다

최근 교육계에서 조용히 확산되는 변화가 있다.
교사들이 본업보다 학교 밖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현직 교사는 교육청·지자체·기관에서 진행하는 AI 연수 강의를 통해 “한 해 중형차 한 대 값의 강사료를 벌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학급 담임이며 부장교사다. 학교에서는 민원, 행정업무, 연구 시간 부족으로 힘들다고 호소하지만, 정작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무대는 학교 밖이다.
이 현상은 단지 ‘겸직의 확대’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교사의 전문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구조적 위기를 보여준다.

겸직을 선택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학교 안에서는 수업 개선과 교육 혁신에 투입하는 시간보다 잡무 처리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반면 학교 밖에서는 같은 시간만 투자해도 자신의 전문성이 인정받고, 보상도 크다. 교사가 외부 강의에 나가면서 학교 안의 업무가 공백으로 남는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현상을 단순히 ‘교사의 일탈’로 보아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교사가 학교 밖으로 이탈하는 이유는 결국 ‘학교 안에서 전문성을 발휘해도 보상이 없다’는 구조적 현실에 있다.


  따라서 해결의 핵심도 학교 안에서 교사가 전문성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먼저, 교사가 가진 전문성을 학교 안에서도 인정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AI 기반 수업 혁신 리더, 디지털 학습 코치처럼 학교 중심의 전문 역할을 정식 직책으로 도입하고, 이 활동을 성과상여금이나 근무평정에 직접 반영해야 한다. “학교 밖에서는 전문가인데, 학교 안에서는 잡무 처리자로 취급받는다”는 인식을 바꾸는 조치가 필요하다.

 

  외부 강의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학교와 교사가 함께 이익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외부 강의료 일부를 학교 교육과정 운영비로 기여하도록 선택적 제도를 마련하면, 교사의 외부 활동이 곧 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기여금이 학급 프로젝트나 기자재 구입에 쓰인다면, “겸직이 학교를 떠나는 길”이 아니라 “학교를 키우는 기여”로 인식될 수 있다.

  겸직 관리의 투명성도 중요하다.
교육청 차원의 공식 플랫폼을 통해 교사의 겸직 가능 시간을 명확히 관리하고, 학기 중 겸직 시간과 횟수를 조정해 내부 업무 공백을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개별 교사가 요청을 받고 판단하는 구조에서는 일관된 기준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학교 행정업무의 대대적 경감이다.
학급 담임과 부장교사의 부담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행정업무 상당 부분을 행정실·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학교 내 행정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교사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겸직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도한 겸직은 분명 학교에 부담을 준다.
그러나 이 문제를 ‘교사의 도의 문제’나 ‘겸직의 도덕성’으로 몰아가는 방식은 해답이 아니다.
겸직을 금지한다고 해서 교사가 잃어버린 동기와 전문성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들이 굳이 학교 밖에서 인정받으려 하지 않아도, 학교 안에서 전문성과 성취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교사들이 외부로 향하는 이유를 비난하기보다, 왜 그들의 에너지가 학교로 향하지 못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겸직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교사가 전문성의 가치를 학교 안에서 찾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교사가 학교 밖으로 향할 것이다.
학교를 지키는 길은 교사를 붙잡아 두는 게 아니라, 교사가 학교에 머물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