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흙.바람 +나

시 읽는 수요일[2025-48]다섯 개의 뿌리-리조마타 본문

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시 읽는 수요일[2025-48]다섯 개의 뿌리-리조마타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11. 27. 18:45

                                      다섯 개의 뿌리-리조마타

물은

물의 진실을 흐르고 있다

흙은

흙의 진실을 보듬고 있다

나무는

나무의 진실을 키우고 있다

불은

불의 진실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대기는

대기의 진실을 스스로 호흡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감싸고 모든 것의 바닥에

물이 흐르고 있다

물이 진실로 흐르고 있다. 

 

리조마타 (ῥιζώματα, rhizomata)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가 그의 사원소설에서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네 가지 요소, 즉 흙, 물, 불, 공기를 일컬을 때 사용했어요. 그 뜻은 "뿌리들, 근원적인 것들"이라는 의미예요. 엠페도클레스는 이 네 가지 원소가 사물의 새로개가 운 탄생이나 소멸 없이, 사랑(philia)과 미움(neikos)이라는 원리에 의해 결합하고 분리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사물을 이룬다고 주장했다고 해요. {제 글 터의 제목을 '물, 불, 흙, 바람+나'로 정한 이유와 연관이 있군요}

흙 1g에는 미생물이 5억에서 10억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해요. 흙은 미생물 덩어리이고 생명 덩어리라는 말이 되지요. 미생물의 작용으로 인해 우리는 무생물의 세계와 연쇄적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는 거죠. 뿌리(리조마타)는 생물이 무생물로 융합해 가는 구제적인 장소인 셈이기도 하지요. 

제 아무리 잘난 사람도 결국 흙으로 돌아가지요. 그래서 제한적인 삶이 더 의미있고, 소중하겠지요. 짧은 시간도 결국은 미생물의 작용 속에서 우리는 생명을 얻는 것이지요. 

 

"살아있다는 것은 주변의 것들과 온도를 다르게 하는 일이다." 늦은 가을 싸늘한 산책길을 걸으면 느낄 수 있지요. 이 중에 온도를 지닌 나만 추워서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파묻으면서 걸음을 재촉하고 있구나. 그럼, 나의 삶은 뜨거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인데요. 오늘 하루는 주변의 온도와 다르게 지내려고 얼마나 애쓰셨나요? 아직 은행잎이 떨어진 거리가 환하게 빛나고 있더군요. 우리 안에도 저 은행잎 빛깔의 황금색이 흐르고 있고, 붉은 단풍의 물이 흐르고 있을 겁니다. 대기를 호흡하고 있으니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지요. 나만 느끼지 못할 뿐!

*야마로 산세이 책 <애니미즘의 희망>에서 시를 옮겨 적었습니다. 

 

https://unsplash.com/ko/s/%EC%82%AC%EC%A7%84/%EB%BF%8C%EB%A6%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