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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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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28.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10. 28. 23:14

바다와 산이 만나 아늑한 호수처럼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곳, 통영에 다녀왔다.  소설가 박경리선생님이 태어났고, 죽어서  묻힌 곳도 통영이다. 박경리선생님의 묘소에서는 한산대첩이 펼쳐졌다는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한평생 모은 재산으로 마련한 땅을 기부했다는 박경리소설가의 독자가 있었기에 박경리선생님은 따사로운 양지에서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3년8개월 동안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정하고 묵었던 한산도는 통영의 570개의 섬들 중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란다. 한산도에 들어가는 해상택시에서 내려 한산문을 지나 걷는 길은 고즈넉한 호숫가를 연상하게 한다. 윤슬이 반짝반짝 빛나고 물결은 잔잔하고 물속은 맑고 투명하여 푸른 하늘이 바다에 들어와 비친다.

  통영의 수많은 예술가 중에 작곡가 윤이상은 독일에서 음악공부를 하던 중 간첩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기도 했고 그 여파로 고국에 돌아오지도 못했다. 죽어서야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다. 사후 23년이 지난 2018년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바다로 내려오는 언덕에 묘지가 있다. 이념에 희생된 이가 이분만은 아니었으니 안타까운 시절을 탓해야 하는가?

  가을 통영을 다녀오니 우리 동네에 은행, 느티나무, 메타세퀘이아, 화살나무, 단풍이 점차 무르익고 있었다. 진정한 삶의 풍경은 바로 옆에 있어도 잘 안 보인다. 저 아름다운 단풍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