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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공모제 유감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11. 21. 22:10


 
2025. 3. 1. 자 경기도교육청에서 임용하고자 하는 교장공모제 지정 학교는 27개교이다. 그 중 교장 자격 미소지자 공모가 가능한 학교는 4개 학교다. 공립학교에 재직 중인 교장의 정년퇴직, 임기만료(중임. 공모) 등으로 학교장 후임발령이 필요한 학교를 대상으로 하며 교장 결원이 발생하는 학교 수의 2/3범위 내에서 지정할 수 있다.
 
교장 공모제의 목적은 학교 구성원의 교육적 요구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책임경영이 가능한 교장을 공모하여 자율적이고 균형있는 학교로의 변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교장임용 방식을 승진과 발령의 기존 방식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확대하여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교장을 임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에 공모제 학교로 지정된 학교 규모는 6학급부터 42학급까지 다양하다. 그러면 교장공모제는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가? 교육공동체(교직원, 학부모, 학생)이 원하는 교장 임용을 통해 개별 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교장 공모제를 하면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이 더 잘 이루어진다는 결과가 있을까? 교장 공모제 학교는 2년과 4년째에 두 번의 평가를 거쳐서 역량을 검증하는데 그 검증 결과 누구라도 미달되어 그만둔 사례가 있는가?
 
교장공모제는 이미 기본 취지와 다르게 교장 임기를 늘리는 용도로 혹은 교장 자격이 없는 무자격 교사의 교장 근무 기간 늘리기로 이용되고 있다. 먼저 교장 임기 늘리는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는 교감 자격을 교육경력 25년에서 20년으로 낮추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경력 20년에 교감이 되어 4~5년이 지나면 교장 자격을 받고 교장으로 발령이 나는데 그러다 보면 교장 8년을 하고도 정년까지는 긴 시간이 남는다. 이때 원로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칠 것인가, 명예퇴직을 할 것인가 하는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고민을 없애는 방법이 교장공모제이다. 한편으로는 장학사  후  전직하거나 장학관 후 전직하는 등의 사유로 기간이 남는 사람들도 해당된다.  교장공모제는 이제 1970년 전후 출생한 교감과 교장들의 치열한 전장이 되고 있다. 고등학교 선후배, 대학교 선후배 등 학연, 고향 선후배 등 지연이 동원되어 밀어주고 끌어준다. 이런 인연은 교장공모제의 큰 맥락으로 자리잡고 있다. 두 번째는 교장 무자격 교사의 교장 근무 기간 늘리기다. 교장 자격이 없는 교사가 교장 공모제로 교장이 되었을 경우 4년에 한해 교장 자격이 주어진다. 이후 평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한 번 교장을 한 사람은 다시 교사로 근무하기 보다는 또다른 무자격이 가능한 학교의 교장공모제 학교에 응모하여 교장이 되려 한다. 어떤 사람이 교장으로서의 월등히 역량이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 관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 교사로 근무하기는 어렵다. 이미 권위있는 자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4년만 교장공모를 하고 그 후 교사로 근무하는 전직 교장선생님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다들 다시 공모교장에 도전한다. 이는 교장공모제가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아니면 4년 임기 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게 당연함에도 그러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공모교장 심사를 강화하고 과정을 개방한다고 하더라도 밀어주고 끌어주는 숨어있는 의도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또한 1인 응모인 경우는 별 무리가 없다면 자동으로 공모교장이 되니 눈치보기 경쟁도 치열하다. 또, 특정 교원단체에서 몇몇의 교사가 먼저 학교를 정해 자리를 잡고 같은 단체의 교사를 교장으로 추대하는 방식도 있어서 교육공동체의 학교를 사랑하는 염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교장공모제 과정에서 설명회와 면담만으로 글쓰기와 말하기를 잘 하는 사람을 선정하였을 때 그가 과연 리더십이 있고 교육공동체가 원하는 대표자일까?
 
교장공모제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려면 기존의 교장들이 선호하지 않는 학교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어떤 학교에 발령을 나고 싶어하지 않을까? 경기도의 경우는 신설학교가 많다. 또 각 시군 별로 초, 중 통합학교가 있다. 또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특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학교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지역,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열정과 의지가 있는 교장을 공모하는 것이 기본 교장공모제의 취지에 합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장공모제 결정된 학교들은 기본 취지와는 거리가 잏어 보인다.   도시에 있고, 교장이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학교들이 속해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교장공모제 지정 학교로 결정된 사유에 의문점이 생긴다.
 
요즘 우리 사회는 공정성에 매우 민감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부분의 사람들이 진행 과정의 개방성, 투명성 면에서 소외되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 누가 정했는지 기준이 모호하고, 매번 결과가 달라 예측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이제 교장공모제의 기본 취지와 지정 기준을 다시 정립하는 건 어떨까? 한국의 시스템에서는 국공립 학교의 교장은 경영자가 아니라 관리자다. 국가 정책에 의해 학교의 일(교육과정 운영)을 총괄하고 교직원을 관리 감독하고 민원을 처리하는 일이지 경영으로 이익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원의 승진 제도를 유지하면서 별도로 공모제를 운영하는 일은 대다수의 승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성실한 태도를 무시하는 일일 수도 있다. 쉽게 계산하면 공모 인원에 의해서 승진 대기하는  중인 자격연수자들 27명이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택시승강장 풍경을 상상해 보라. 27명을 뒤로 보내고 앞으로 세울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해야 옳은가? 어떤 기준도 기다린 사람을 설득하지 못할 수 있다. 왜냐하면 30년 이상 노력해서 거기 서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교장공모제를 한다면 그 학교는 ㅇ부 정책과는 별도로 교육과정 자울성을 100% 보장하고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어야 한다. 개인의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마련되는 불공정한 제도 중 하나인 공모제는 시행될 때마다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