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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 2025-10주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3. 6. 16:50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이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전문-
가수 장사익 씨는 박자를 무시하고 노래를 불러서 탁하고 갈라지는 자신의 목소리를 전면으로 불쑥 내민다. <찔레꽃>을 부를 때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감추지 않으며 "찔레꽃처럼 노래했지 찔레꽃처럼 춤췄지 찔레꽃처럼 사랑했지 당신은 찔레꽃 찔레꽃처럼 울었지"라고 목놓아 오래오래 그 여운을 끌고 간다. 판소리를 미리 배웠기에 그가 부르는 트로트는 판소리도 아니고 트로트도 아닌 장사익표 트로트다.
장사익 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며 밤무대에서 트로트를 부를 때 누군가 조언을 해 줬다고 한다. "화려한 배경의 노래 말고 박자 무시, 음정 무시하고 자신만의 노래를 불러라." 그는 젊은 날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 가수였다. 지금 그는 얼굴에 주름이 늘어서 마치 시골 농부의 얼굴에서나 봄직한 자글자글한 주름진 얼굴에 화장기 하나 없이 흰 한복 두루마기를 갖춰 입고 무대에 선다. 북 장단이나 기타 소리에 맞춰 팔 한쪽을 살포시 들어 마치 춤을 추듯이 노래를 한바탕 즐기는 그의 무대를 보면 이제 그는 자신만의 노래 세계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가 노래를 하면 보는 내내 마음이 움직이고 그의 노랫말에 눈물이 고인다. 그는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다.
시인 박노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지점을 찾았다. 그 만의 방법으로. 그는 한국에 머무르지 않고 자본주의의 세력이 가 닿지 않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 그 느낌과 생각과 말을 담아 문장으로, 사진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 문장은 간결하고, 흑백의 사진에 담긴 그 느낌은 온전히 순수하다. 그래서 거칠 것 없이 달려오는 파도처럼 마음에 와 닿고 파도가 포말을 남기고 물러가듯이 잔잔한 물방울 같은 여운을 남긴다. 박노해의 시 <너의 하늘을 보아>를 읽고 창 밖을 보니 햇빛이 활기를 더하니 봄이 완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