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하얼빈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12. 26. 21:59
올 가을에는 두 번의 '문화가 있는 수요일'을 놓쳤다. 이제야 비로소 둘이 같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하얼빈>은 안중근에 대한 이야기다. 또 안중근이냐고 말하는 이도 있겠으나 안중근과 이순신이 있어서 지금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아닌 엄연한 독립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번에는 어렵겠네. 다음 기회를 도모하세."
"우리에게 다음은 없습니다. 이등이가 만주에 다시 온답니까?"
대한의군 안중근이 최재형선생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위한 계획을 밀고 나가자고 하면서 하는 말이다.
영화 <밀정>에는 김구 선생을 중심으로 한 독립군이 등장하고, 동료를 밀고하여 죽게 만든 배신자 밀정이 살아남아 경찰이 되어 기세등등하게 살아가는 걸 참지 못한 동료가 그를 죽게 한다는 설정이었다. 결말 부분에서 뭔가 씁쓸한 기운을 남겼다. 극심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고문 앞에서 육신과 정신의 싸움을 이겨내고 독립을 위해 의연하게 목숨을 바치는 일은 과연 가능한가? 그 갈등 상황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밀정이 된 사람이 해방이 되어서도 큰소리치고 사는 세상은 정당한가? 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하는 영화였다.
영화<하얼빈>은 안중근이 포로는 죽이지 않고 풀어준다는 국제협약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풀어준 장교가 자신을 살려준 것에 대한 치욕감을 갚기 위해 안중근의 주변을 끈질기게 맴돌면서 압박해 온다. 자리를 비운 사이 동료들을 모조리 죽이고, 동료 중 한 사람을 밀정으로 심어 계획을 무산시키고, 동료들을 죽게 한다. 밀정은 결국 밝혀냈지만 안중근을 "그를 죽이지 말고 기회를 줍시다."라고 말한다. 과연 그는 그에게 온 기회를 이용하여 그동안의 밀정 역할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행동으로 보답한다. 영화 <밀정>과는 다른 포용력이다. 어떤 때 포용이 필요하고, 어떤 때 결단이 필요할까? 누구를 척결하고, 누구에게 용서를 보여주어야 할까?
영화 <하얼빈>은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계엄으로 혼란한 우리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까? 안중근은 1909년 10월 26일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바로 붙잡혀 일본 제국 정부에 넘겨져 관동주 뤼순(료준) 감옥에 갇혀 1910년 2월 14일 사형 선고를 받고, 같은해 3월 26일 처형되었으며, 유해는 오늘날 현재까지도 찾지 못했다. 그 후로도 36년이 지나서야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김훈의 <하얼빈>을 영화화 한 것으로 본다. (아직 영화에 대해 잘 알아보지 못했다. ) 영화배우 현빈이 처음에는 역할을 거절하고 나중에 수용했다고 한다. 안중근 역할에 현빈 배우가 왜 필요했는지 감독의 눈으로 보니 현빈이 어울리는 걸 나도 알겠다. 내가 감독이어도 현빈 배우를 안중근으로 정했을 것이다.
러시아 관할이었던 하얼빈에서 한국말이 아닌 러시아 말로 "꼬레아 우라(한국 만세)"를 세 번 외쳤다. 이토 히로부미를 쏜 직후 외친 말은 전세계에 한국이 일본에 의해 비합법적으로 식민지화 되었음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꼬레아 우라! 꼬레아 우라! 꼬레아 우라!
2년 전에 <하얼빈>을 서평으로 썼다. 아래에 소설 <하얼빈>의 서평을 첨부한다. (2022.11.4.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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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하얼빈
저자 김훈(1948~)은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한 를 비롯하여 , < 저만치 혼자서> 등과 산문집 , , 등 자신만의 필체를 확실하게 가진 문학활동을 해 왔다. 저자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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