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화분 분갈이를 했다.
분갈이를 하는데 예전에 같이 근무하던 조기사님이 생각이 났다.
우리가 조기사님이라고 불렀는데 160cm도 안되는 작은 체구에 매일 자전거를 타고 평택 시내를 출퇴근을 하였다. 맡은 일은 학교 화장실과 학교 안팎을 청소했다. 본래 그 학교에서 18년을 시설관리하는 일을 맡아서 했었다. 정년 퇴임을 하고도 그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청소일을 맡아서 했다. 청소를 할 때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소리도 없이 일을 하셨다. 빈 시간이 나면 학교 정원에 있는 텃밭에 파, 상추, 시금치를 심어 가꾸었다.
그 해 봄에 교무실에 있던 화분이 시들해서 땅힘을 받으려면 화단에 심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한 번도 해 보지 않았고, 어디다 심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조기사님께 여쭈어 보기로 했다.
"어디다 심으면 좋을까요?"
"저기 국기게양대가 햇빛이 좋으니, 그 옆에 옮겨 심으면 좋겠네요. "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려다 놓으면 옮겨 심어놓을 테니 내려다 놓으세요."
연세드신 분께 떠 맡기는 것 같아 분갈이 작업을 함께 하면서 배우기로 했다.
혼자 들기 버거운 크기와 무게인 그 화분을 국기게양대 아래에 옮겨 놓고 땅을 파서 옮겨 심을만큼의 자리를 만들었다.
" 화분크기 보다 좀 깊이 파야 뿌리를 내릴 수 있어요. 그래야 나무가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요."
구덩이는 화분보다 넓고 깊게 팠다.
먼저 화분을 손으로 두드려서 화분에 붙어있는 뿌리가 떨어지도록 한다.
그런 다음 한 사람은 양손으로 화분의 아래쪽을 잡고, 다른 사람은 나무 줄기를 잡고 살살 달래가면서 나무와 화분을 분리시켰다. 생각보다 뿌리가 많지는 않았다. 화원에서 심을 때 화분 아래쪽의 절반 가량은 스티로폼을 넣어 놓아 아래쪽은 쉽게 빠졌다.
"이제 물을 구덩이에 붓고 물이 스며들어서 흙이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좋아요.
그래야 식물이 뿌리를 잘 내려요. "
그리고 물을 한 양동이 길어다가 구덩이에 넣어주고 물이 스며들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흙이 부풀고, 물을 머금어 뿌리내릴 때에 식물에게 도움이 된다.
식물을 심고는 흙을 덮어주는데 발로 꼭꼭 밟으면서 눌러주었다.
"너무 꼭꼭 밟으면 뿌리가 자리를 잡을 수 없어요.
스스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적당히 묻어 주는 게 좋아요."
나무를 옯겨 심은 주변에 둥그렇게 둑을 만들었다. 물을 주어도 흘러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해 5월에 국기게양대 옆에 심은 나무는 10월말에 본 화분에 옮겨 심었다.
다섯 달을 건물 밖에서 비 맞고 햇빛을 받고, 땅힘을 받아서 잎사귀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줄기는 무성해지고, 뿌리도 제대로 퍼져 있었다.
다시 교무실로 돌아온 식물은 몰라보게 당당하게 변해 있었고, 그 식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큰 에너지를 전해 주었다.
그 나무는 해피트리였다.
happttree 두 그루.
봄부터 화단에 심었다가 가을이 되어 다시 화분에 옮겨심기로 하였다.
화분으로 옮겨 심은 나무는 해피트리와 이름 모르는 나무, 그리고 야자나무다.
화분에 옮겨 심고, 물을 흠뻑주고, 자리잡을 때까지 밖에 두고 며칠을 기다리기로 했다.
잘 자리를 잡고,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학교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나누어 주면 좋겠다.
화단에 옮겨 심는 방법을 배운
그 해 11월 조기사님은 흙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