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 대부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6. 15. 22:22
주어진 삶을 다르게 살아낸 두 남자 이야기
대부(代父)는 신앙의 부모를 말하는데 주로 가톨릭에서 쓰는 용어다. 지역사회에서 신심이 깊고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대부 또는 대모(代母)의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영화 <대부>는 1, 2, 3편이 있다. 러닝타임은 <대부1, 1972년>(2시간 55분), <대부2, 1974년>(3시간 22분), <대부3, 1990년>(2시간 42분)이며 감독은 프랜시스 포드 코플라로 미국과 이탈리아의 섬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섬으로 지중해의 꽃으로 불리는 곳이고 우리가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거의 대부분이 여기서 시작했을 만큼 물산이 풍부한 곳인데 그만큼 조직 폭력배가 많기도 하였다. 비토 코를레오네는 시칠리아의 코를레오네 출신으로 아버지가 동네의 두목에게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고 복수하겠다던 어린 형마저 죽고 나자 어머니가 비토를 데리고 돈치치라는 두목을 찾아갔지만 어머니마저 죽고 도망쳐 나온 비토가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 정착한 곳이 미국의 뉴욕이다. 이탈리아 이민자 마을에서 동네 사람들의 등을 쳐서 먹고살던 두목이 협박하자 협상 대신 두목을 죽인 대가로 비토는 동네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되고 대부(代父)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친구들이 겁을 먹는 두목을 찾아가 담판을 짓기 위해 "그에게 절대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하도록 하지."라며 자신만만해하던 비토, 개를 키우는 할머니에게 웃돈을 요구하는 집주인에게 "이 할머니에게는 이 동네 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마을을 떠나야 하느냐?"라고 말하면서 할머니를 그대로 둘 것을 요구하고 결국은 집세를 깎아주게 하는 등 비토는 동네 사람들의 뒤를 봐주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인정 많은 두목으로 지낸다.
반면, 아버지 비토가 사람들의 뒤를 봐 주면서 인정 많고 신뢰받는 두목으로 살아서 적들에게 공격을 당하자 셋째 아들 마이클은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로 무대를 옮겨 명실상부한 마피아의 두목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명성과 위세를 가졌지만 셋째 아들에게만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아 했던 아버지 비토도 죽고, 남편의 본모습을 보고 곁을 떠난 마이클의 부인 케이, 동생이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자 호시탐탐 동생을 배신하여는 형 프레도를 결국은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마이클은 자신이 아버지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비교한다. 그리고 말한다.
"아버지는 이럴 때 '주변 사람들의 관점으로 생각하는 거야. 그걸 바탕으로 하면 뭐든 가능해.'라고 하셨지.", 비토는 아들에게
"적을 미워하지 마라. 판단력이 흐려진다."
"마음이 고통을 받으면 몸이 알고 호소한다. "
"친구를 가까이 하고, 적은 더 가까이 하라."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섣불리 남이 알게 하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그들의 삶이 겉으로는 여유 있고 화려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냉정하고 잔혹하며 속고 속이고 배신과 암투 속에 흘러갔음을 알 수 있다.
대부(代父) 비토와 마이클은 자신들이 그렇게 조직을 만들고 수 많은 적들과 싸우고 다시 합치면서 전쟁처럼 살아가는 이유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마이클이 라스베이거스로 무대를 옮겨 최대의 패밀리로 만드는 이야기는 아버지 비토의 삶과 엇갈리면서 <대부 2>에서 볼 수 있다. <대부 3>에서는 외로운 마이클의 곁으로 돌아온 케이와 화해하고 노년을 즐기고 싶었으나 적들에 의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딸을 잃고 슬퍼하며 늙어가는 모습 속에서 고독하고 슬픈 마이클의 허전함까지 감상할 수 있다.
대부(GOD FATHER)는 친구들이 애정과 존경을 담아 붙인 별명이라고 한다. <대부1>에서 비토가 찾아온 사람들을 일대일로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해결해 주기까지 하는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해 주는 모습에서 대부의 포용력을 볼 수 있다. 이 영화는 음악도 잘 알려져 있다. 메인 테마와 러브 테마가 유명하다. 트럼펫으로 시작하 선율의 메인테마는 한없이 고독하고 슬프면서도 살아내야 할 이유로 '가족을 지켜야 하는 자신의 운명임'을 말하는 비토와 마이클의 심정을 반영한 듯 아련하다. 왈츠인 러브테마와 더불어 영화만큼 유명한 음악이다.
세 영화를 보느라 11시간을 공들였고 그 안에서 비토와 마이클이라는 두 사람과 그 주변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긴 여정을 지켜봤다. 원작의 동명 소설은 마리오 푸조라는 작가가 썼다. 나는 이 영화에서 삶은 살아내는 것임을 새삼 확인한다. 아버지 비토는 주변 사람들을 살피면서 사는 삶을 선택했고, 아들 마이클은 적을 제압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여 아버지보다 견고한 성을 쌓는 삶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는 주변에 적이 많았고 그로 인해 불안했으며, 아들은 견고한 성을 이룩했으나 고독한 사람으로 남았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를 묻는다면 11시간을 투자하여 <대부>를 보기를 권한다. 이 영화 안에 인생이 담겨 있다. 11시간 안에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50년 전에 만든 영화지만 지금의 인생이나 그 때나 변함이 없는 건 인생을 살아내야 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