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5. 23. 15:43
생각이 말을 만들고, 말이 행동을 만든다고 한다. 아니다. 행동이 생각을 만든다.
2주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올해 새롭게 뭔가를 도전한 게 있다면 달리기를 꼽고자 한다. 아파트 주변이나 집 주변의 공원을 걷는 일을 주로 했었는데 지인으로부터 달리기를 권유받고 처음에는 망설여졌다. '50세가 넘어서 달리기를 하는 게 가능할까?' 우려는 생각에서만 우려일 뿐이었다. 단거리 달리기처럼 냅다 달리는 게 아니었다. 내 방식의 달리기 형식을 찾았다.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면서 약간의 속도만 더하는 방법으로 달리는 거다.
달리기는 호흡과 달리는 행위가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하다. 뭔가 새로 시작한다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해보기로 하고 걷는 대신 달리기로 행위만 바꾸기로 한 거다. 호흡과 발목을 신경 쓰면서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어? 이게 되네?' 하는 반응에 나 스스로에게 놀란다. 아예 달리기는 내 생에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바람을 느끼면서 '후후' 호흡과 두 발의 박자를 맞추고 달리다 보면 10분 후가 지나면 어느 정도는 탄력이 붙고, 지구력이 생긴다. 기계적으로 달리는 행위가 반복되는 동안 머릿속이 텅 비면서 달리는 행동에만 집중한다.
준비 운동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목과 무릎 돌리기, 무릎 굽혔다 펴기 등으로 몸을 푼 다음 천천히 달리기 시작한다. 속도는 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수준이다. 무릎에 힘이 들어가고 골반이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발목이 약간 불편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경직된 상태라서 그럴 수 있다. 1km 정도 달리고 나면 조금씩 풀리는 게 느껴진다. 저녁 시간에 하루 2km 정도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익숙해지면 조금씩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달리기를 하고 나면 체온이 오르는 만큼 충만해지는 운동 후의 만족감도 발견한다. 행동이 생각을 만든다. 조만간 단거리 마라톤에 참여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