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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착한 소셜미디어는 없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5. 9. 23:19
소셜미디어(SNS)는 돈으로 만들어진다
넷플릭스 상위 목록에 올랐던 다큐멘터리 작품 중에 <소셜미디어>가 있다. 우리가 보는 TV 드라마, 예능, 영화, 만화 중간에 1분 광고가 자주 나와서 불편해하면서 방송국이 너무 돈을 밝힌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광고주가 우리에게 TV 드라마, 예능, 영화, 만화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니 우리는 그 회사의 광고를 봐야만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던 거다.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당혹스러울만큼 깊숙이 파고든 소셜미디어와 기업의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 맥락으로 읽히는 순간이었다. 이제 소셜미디어(카톡, 밴드, 유튜브, 이메일, 트위터, 페이스북 등등)와 플랫폼(구글, 네이버, 마이크로소프트 등등)에 한순간도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없게 된 나를 보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가까이 시사에 관심을 갖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1인 시사 미디어 활동으로 자신만의 기준을 지키면서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려고 한다. 저자도 'SNS가 우리를 어떻게 선동하는가'에 주목하고 개인의 삶을 망가뜨릴 위험성을 알면서도 과도하게 탐욕을 부리면서 사회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고발한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인간심리를 이용하고 사람들의 뇌를 자극하여 시선과 주의를 계속 붙잡아 두려고 애쓴다. 그런 면에서 하루 종일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고객이 얼마나 고마울까? 주위를 돌아보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시간만 나면 휴대폰을 들여다보느라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한순간도 몸에서 멀리하지 않는 분신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저자는 글을 3부로 나누어 소셜미디어로 유발되는 개인의 문제, 사회의 문제,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 문해력)로 갈래를 잡았다. 개인의 문제는 개인 정보의 노출, 악성 댓글, 신상 털기, SNS를 이용한 범죄, 가짜 인생, 우울증 등 다양하다. 문제를 알면서도 정부나 기업이 어쩌지 못하는 사이 희생되는 사람들은 증가하고 있다. 사회의 문제는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플랫폼, 양분화를 조작하는 미디어, 정치의 도구로 활용되는 SNS, 무차별적인 개인정보의 수집 CCTV 등을 살펴본다. 그리고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구별하는 방법과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방법을 알아보고 현명한 미디어 소비자이자 참여자로서 해야 할 일을 전한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선호하는 영상과 함께 다수의 사용자가 관심을 보이는 영상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영상의 내용이나 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사이버 렉카는 유튜브의 수혜자가 됩니다. ---현재 사이버 렉카를 처벌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발하는 것입니다. ---실제 고소.고발이 이뤄져도 해당 내용이 추측에 그치면 게시자를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신상을 특정하는 것부터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51P) 정치로 양분화되어 거리 유세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유튜브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는 이유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전략인 셈이다.
미국의 피츠버그 의과대학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이용 시간과 계정에 들어가는 횟수를 기준으로 상위 25퍼센트의 사용자는 하위 25퍼센트의 사용자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최소 1.7배에서 2.7배까지 높다고 나왔습니다.(59P) 현재 페이스북은 전 세계 79억 명 중 28억 명이 사용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미국 이외의 사용자가 90퍼센트에 달합니다.(67P) 미국이 코로나 이후 반도체법 등을 이용하여 전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렇게 소셜미디어로 얼마든지 각 지역의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
저자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한 방법으로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실인지 확인하기, 건강하게 의심하기, 다양한 의견 듣기, 이분법적 사고 버리기,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기, 인문학과 친해져서 '틀림'이 아닌 '다름'의 관점 익히기 등을 제안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말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 전반에 속해 있는 문제이고, 개인들이 가진 문제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의 해악에 대해 알게 된 사람부터 자기 성찰을 통해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휴대폰을 보지 않고 가족의 얼굴을 먼저 보고, 시간은 시계로 보고, 길은 내비게이션 대신 표지판을 보는 방법 등 휴대폰이 우리 생활에 들어온 10여 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일들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미디어 바로 알기에 대해 책을 쓰는 저자와 같은 1인 시사 미디어 활동가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