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2-2023년 글쓰기-물, 흙, 불, 바람
2023. 1. 15.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3. 1. 15. 22:32
통영과 거제를 여행하면서 왜 사람들이 통영 앞바다를 좋아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통영의 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에 떠 있어서 큰 파도를 막아주니 아늑하다. 바다가 육지 깊숙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만과 반도의 모양이 유순하고 섬들의 모양도 둥글둥글하다. 거제를 가 보니 바람의 언덕, 매미성이 있는 외포리도 섬은 보이지 않고 바다가 들이닥치는 형세라서 바람이 매서웠다.
이번 여행에서의 화두는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仁者樂山 知者樂水(인자요산 지자요수)'라는 말이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은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는 문장으로 풀이된다. 인자한 사람이란 행동이 진중하고, 신뢰를 중시하며 우뚝 서서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와 같은 성품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산에 가면 아름드리나무들이 제 자리를 지키고 서 있고, 그 옆으로 세월을 셀 수 없는 바위들이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도 언제 가도 그 자리에 서 있는 바위와 나무들이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지자요수(知者樂水)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문장으로 풀이된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때와 상황에 맞게 처신을 하며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고 항상 지혜를 탐구하는 사람이다. 때로 찻잔 속의 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큰 호수의 물이 되는 물처럼 변화하되 자신의 특성을 잃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바다에 가 보면 바다는 우묵한 곳에서는 우묵한 곳까지 들어가고, 툭 튀어나온 곳에서는 또 그곳까지 물이 가 닿으면서도 파도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물은 생명체에게 기꺼이 자신을 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