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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어린 임금의 눈물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2. 25. 07:16
작가 이규희는 역사동화를 주로 쓴 작가다. 악플이 어떻게 생기고, 어떻게 힘들게 하는 지를 보여준 <악플전쟁>도 작가의 대표작이다. 7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은 <행복한 강아지 뭉치>, <아빠의 비밀> 등의 그림을 맡은 이정규작가가 맡았다. 한국화의 수묵이 역사의 진지함과 깊이를 담아내는 데 힘을 더한다. 이 책의 초판은 2004년에 파랑새출판사에서 나왔고, 내가 읽은 42쇄는 2021년 11월 25일에 발행된 작품으로 이규희작가에게 직접 싸인을 받고 기증받은 책이다. 책표지에는검은 용의 비늘을 배경으로 붉은 곤룡포를 입고 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 표정을 한 단종이 정면을 응시하며 독자를 바라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다.
<어린 임금의 눈물>은 단종의 이야기다. 조선 제6대 임금으로 재위기간은 2년이다. 세종대왕( 1397~1450)이 1418~1450년까지 32년간 재위하는 동안 한글 창제와 문화,과학 등에 힘을 쏟았다. 아들 문종은 세종을 도와 세자로서 국정에 참여하였으나 재위한 지 지병으로 2년만에 죽는다. 그러자 열두살인 단종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단종을 낳은 어머니도 출산 후에 숨을 거둔 터라 외척도 없이 힘이 없는 처지였다.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이 왕이 되는데 신숙주, 한명회 등이 힘을 모았다.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 된 수양대군은 동생 양녕대군,금성대군을 유배보내고, 왕도 강원도 영월 청령포 섬으로 보낸다.
청령포에서 2년여를 지내다 홍수로 집이 무너지자 영월감영으로 옮겨 지냈다. 머지않아 금성대군이 역모를 일으켰고, 그와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사약을 받는다. 사약을 거부하고 목을 매 스스로 자결한다. 시신은 강에 버려졌으나 홍장 엄홍관이 목숨걸고 거둬 선산에 모셨다.
세종의 치적이 위대한만큼 시절도 평화로우면 좋으련만 왕권이 약해졌다.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은 큰 아들이 왕위를 물려받았으나 2년만에 죽고 어린 조카가 왕위에 오르자 왕위를 찬탈한다. 그리고 역모를 꾀하는 이유를 없애고자 동생, 조카등 집안의 세력들을 모두 제거한다.
세종이 신하들에게, 문종이 신하들에게 부탁한 말이 같았다. "어미 없이 자란 세손을 잘 부탁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대답했다고 전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으니 당부한 거다.
이제껏 희생된 왕으로서만 보았다. 이 작품을 통해 단종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상상해 보게 되었다.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지냈다. 그러나 역사의 힘센 물결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종의 죽음에 대해 다시 해석하고, 단종제를 지내 추모하며 사자자리의 가장 맑은 별 레굴루스를 단종별로 정했다고 한다. 어린 임금의 눈물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으니 단종이 말한 "오래 기억되는 임금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202p)는 소원을 이룬 셈이다. 영월 별마로천문대에서도 7,8월에 밝게 빛나는 레굴루스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어린 임금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