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11. 14. 20:12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不亦快哉三十三則)
김성탄( 중국 명청 교체기, 1608~1661)
자식들이 글을 읽는데 유려하기가 병에서 물 흘러나오듯 한다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중간 생략)
가난한 선비가 돈을 꾸러왔다 터놓지 못하고 우물쭈물 딴말만 한다. 그 마음을 눈치채고 조용한 데로 데려가 얼마나 필요한가 물어본 뒤, 달려가 돈을 가져와 건네 준 다음 다시 묻는다. "자네 당장 처리할 바쁜 일이 있으신가? 같이 한잔하고 가면 안되겠는가?"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창문을 열어젖히고 방안의 벌을 몰아냈다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이어 써 보기-
그리스시대에는 30대에 죽었을 나이건만
50을 넘어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살아서
노랗게 물드는 은행나무를 보고 마음이 설레니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가을날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아침에 주황빛으로 말린 곶감을 가져다 책상위에 올려 주는
나의 동료가 있으니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3개월이 다 되어가는 동안
새로 태어나는 마음으로 살아보니 새 세상이구나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옛날의 선비처럼 책 읽고 글쓰고 마음껏 하고 살 수 있으니
나의 삶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나를 찾는 이를 위해 따뜻한 차를 내 좋을 수 있으니
이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