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9.
올해 한국에서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가 MBTI 검사다. 우리 가족도 이번 추석에 모였을 때 누군가 MBTI에 대해 말을 꺼냈다. 성격 검사는 애니어그램, MBTI를 해 본 적이 있어서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어떤 유형이야?"라고 물으니 " INTJ." 말하고 보니 '내가 그게 맞나? 다시 한번 해 볼까?' 싶었다. 휴대폰에서 찾으니 무료 검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생각대로 'INTJ'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궁금해졌다. MBTI가 뭘까?
1940년대에 2차 세계대전으로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가자 산업계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본인에 맞는 직무를 찾게 할 의도로 만들어졌다. 스위스 심리학자인 칼 융의 초기분석심리학모델을 이용해서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만든 심리검사지다. 딸인 마이어스가 더 많은 연구에 참여하였기에 마이어 브릭스 성격 유형검사지(Myers-Briggs Type Indicator, MBTI)라고 딸의 이름을 먼저 썼다고 한다.
MBTI는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 등 지표에 따라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영어 알파벳 4개로 조합해 표현한 것이다. 에너지의 방향인 외향, 내향과 인식기능인 감각, 직관, 판단 기능인 사고, 감정은 칼 융의 심리학에서 가져온 내용이고, 마이어스 모녀가 여기에 생활양식인 인식, 판단 지표를 추가하였다.
E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경우, I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회복하는 경우다.
S는 감각, 현실, 실용, 실천, N은 직관, 이상, 이론, 예측,
T는 사고, 논리, 사실 판단, F는 감정, 인간관계, 가치 판단,
J는 판단, 목적, 계획, 절차, P는 인식, 자율, 유동성을 의미한다.
주말에 가족이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다 MBTI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모두 내향인 I라고 했다. S, N, T, F, J. P는 각각 달랐다. 다행이다. 서로 다르니 상황에 따라 각각 대처하는 방법도 다르고, 그래서 서로 잘 맞나 보다. 다만 멀리 나가면 피곤한 건 같다. 일찍 돌아와 각자의 방에서 쉬고, 충전하기를 좋아하는 건 같다.
"나는 F가 아니라 T이고 싶은데, 너무 감정에 좌우되는 것 같아. 연습하면 T로 바뀔 수 있대."
"그래? 나도 그런데.... 나는 원래 F인데 회사생활하다 보니 T가 된 거 같아."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차 세계대전 후라면 벌써 60년도 넘은 검사지를 가지고 자신을 꿰어 맞추는 건 아닌가 싶다. 코로나로 불안해진 사람들이 서로 동질감을 갖기 위해 MBTI에 의존적이 되어 버린 경향이 있다.
"난 원래 성격이 그래. 그래서 이런 거 잘 못 해." 이런 식으로 자신을 단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어느 분의 말에 의하면 사람은 40세를 전후해서 이전에는 자신이 가진 기질을 발휘하면서 살고, 45세를 기점으로 그 후에는 자신의 기질에서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자신의 성격을 알고, 강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하는 게 자신에 대한 책무일 것이다.
그리고 기억할 것은 시 검사지의 의도가 산업사회에서 산업 현장에 여성들을 투입하기 위해 분류하는 도구로 개발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산업사회를 지나 지식정보사회에 살고 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검사지에 자신을 얽어매지 않으면 좋겠다. 또 한가지 사실은 프로이트와 융은 개인의 자율적인 정신에 집중한 나머지 개인의 정신건강에 사회가 하는 역할은 경시하는 오류를 멈하였다. ([질서너머], 조던 피터슨, 31p) 코로나로 인해 커진 불안감을 달래는 방법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의 연대감을 느끼고자 MBTI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제 사회와 정부가 답할 차례다. 코로나 이후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해 줄 역할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