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7. 28. 23:44
요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가 높아서 시청률이 18%라고 한다. 나도 며칠 전부터 드라마를 보고 있다.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변호사 우영우의 매력이 상당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폐증'은 정확하게 '자폐스펙트럼 장애'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고 그 증상은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우영우는 한 번 본 문서를 그림처럼 인식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그리고 좋아하는 게 있으니 바로 고래다. 남방돌고래, 향유고래, 혹등고래, 양쯔강 돌고래 등 다양한 돌고래에 대한 상식을 꿰고 있어서 주변은 온통 고래 문양으로 된 제품들이다. 요즘 돌고래 모양의 시계는 품절이라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사람들은 놀랍도록 남 따라 하기에 빠른 능력을 가진 거다.
나도 전에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학생을 담임한 적이 있다. 그 아이를 3학년 때 담임을 했었다. 몸집이 다른 학생들보다 크고, 말을 거의 하지 않으며 바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평소 온순하고,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등 자기 관리 면에서는 다른 학생과 다를 게 없었다.
자폐아에게서 발견되는 놀라운 능력을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고 한다. 내가 담임맡았던 아이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예를 들어 돌고래를 그린다면 돌고래 머리부터 차례로 그리는데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그려서 넘기면서 볼 때는 마치 애니메이션 효과가 나타나도록 그리는 것이다. 색을 사용하는 감각도 뛰어나서 화려하지만 유치하지 않게 어울리는 색을 골라서 색을 칠했다. 이런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는 식으로 척척 그림을 그려내느라 수업시간에 다른 활동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 아이는 어느 날 교실 급식을 하던 중에 국과 반찬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급식을 받자 마자 국통에 급식판을 쏟아 버렸다. 밥을 먹고 잔반을 국통에 쏟아 버리기로 한 약속을 지킨 셈인데 너무 빨리 버린 게 문제였다. 그날 우리 반은 국 없이 밥을 먹어야 했었다.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이제는 23세의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을 그 아이를 생각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인기인 이유는 아마도 우영우가 장애를 갖고 있음에도 로스쿨 수석 졸업을 하고 대형 로펌에 취업하여 좌충우돌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면들이 대견스러워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또는 우영우가 고래를 말할 때마다 마치 포켓몬 게임처럼 증강현실(AR)로 범고래가 하늘을 떠 다니고, 벽에 커다랗게 고래 사진이 걸리고, 구름이 고래 모양인 점 등 다소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서 일 수도 있다. 또는 돈만 알 것 같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와 직원들이 의외로 자폐를 가진 변호사를 돕고, 한 팀이 되어 법과 정의 편에 선다는 설정이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말고도 남들이 보니까 따라 보는 나 같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13년 전에 만난 아이를 기억하고, 우영우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은연중에 나도 우영우를 응원하면서 그에게서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걸 발견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운다고 하는데 드라마에서도 배우는 게 있다. 내가 우영우를 좋아하는 이유는 밝은 에너지를 가졌고, 미련하게도 너무나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런 게 감출 수 없는 우영우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