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를 심은 사람
학교 숲 가꾸기, 화단 가꾸기 등 지자체 사업들이 몇 년에 한 번씩 이름만 바뀌어서 진행된다. 요즘은 생태체험교육, 생태교육 환경 조성 등으로도 들어오고 있다. 3년 전에 학교에 아름다운 화단 가꾸기 사업으로 나무 박스 형태의 화분에 나무 수국, 은사초 등의 식물을 심어서 화단을 조성해 주었다. 크기는 가로세로 1m 크기로 두 개다. 그러나 겨울의 혹독한 날씨 때문인지 겨울에는 빈 화분처럼 보여진다. 여러 해 살이 식물이더라도 늘푸른 식물을 함께 심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잎을 떨구고 나면 꽃 핀 자리만 남아서 멋없이 서 있는 꽃대와 가지는 잘라서 정리를 한다. 그러고 나면 도무지 여름에 무성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흙만 가득 담은 화분으로 보인다.
올해는 다른 화분에 있는 아이비, 산호수, 인삼벤자민 등을 잘라서 부지런히 화분에 꽂아서 실험 중이다. 웬만한 식물은 물꽂이를 해도 뿌리를 내린다. 인삼벤자민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흔들어 보아도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아이비는 줄기 아래쪽은 잎을 되도록 많이 따내고 위쪽의 잎만 남겨서 심으면 뿌리를 잘 내린다. 똑같이 심어도 어떤 줄기는 뿌리를 내리고, 어떤 줄기는 죽었다. 흙을 섞지 않고 화원에서 구입한 상토만 넣어서 물이 쉽게 빠져버려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옮겨 심으면 올해 겨울 맞이를 할 때 쯤이면 화분에 뿌리 내린 아이비, 산호수, 인삼벤자민이 겨울을 맞아 한살이를 끝낸 수국, 은사초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겨울에도 초록으로 화분을 지켜낼 것이다.
방학 첫 날이라 돌봄교실,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아이들만 학교에 오니 사위가 조용하다. 마을의 흰 고양이가 잠시 염탐하러 한바퀴 돌아보고 나갔다.
오늘의 일기 제목을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따 왔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 아니고 '나무를 심은 사람'이 제목이었다. 나는 가로 세로 1m의 화분에 풀과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다. 후에 누군가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