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6. 20. 17:13
학교 텃밭의 감자가 수확할 시기인 하지가 내일이다. 장마 소식을 앞두고 감자 수확을 오늘과 내일 하기로 했다. 유치원부터 저학년은 오늘, 전담 시간으로 시간 확보가 어려운 고학년은 내일로 일정을 잡았다. 감자 수확을 앞두고 지난주부터 신문지를 이용한 상자 접기를 학급에서 교육했다. 교무실의 신문지 모아둔 게 유용하게 쓰였다. 지난해는 검정비닐봉지에 담아서 집으로 보냈는데 선생님들이 환경교육을 겸해 생태교육으로 연계하여 지도한 모양이다.
'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은 다 교육이다.'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그래서 텃밭 활동도 계획적으로 교육과 연결하여 삶과 연계되도록 하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런 나의 지론과 선생님들의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가뭄으로 감자와 농산물의 수확량이 적어졌다는 뉴스도 아이들과 공유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환경교육과 생태교육은 연관이 깊다. 실천이 중요하다.
아침부터 장마를 몰고 올 저기압의 습도가 먼저 와서 후텁지근한 기운이 땅에서 올라온다. 가급적 1~2교시에 감자 수확을 하도록 시간표를 조정하였다. 검정비닐과 밭고랑의 깔개를 제거해 둔 상태라 감자를 캐기가 수월하였다. 아이들은 작업용 장갑을 끼고 감자줄기를 뽑은 다음, 손으로 흙을 뒤져서 감자보물을 찾아냈다. "여기도 있네. 감자 보물을 잘 찾는구나. " 아이들은 칭찬 한 마디에 부지런히 감자를 찾는다. 눈맞춤이 잘 안되던 아이도 감자를 담아서 옮기는 일은 열심이다. 어떤 아이는 자기가 모은 감자를 함께 모아서 나눠야 한다는 실망감에 토라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는 담임선생님이 최고다. 담임선생님의 몇 마디 말에 바로 풀려서 선생님 손을 잡고 일어선다.
감자수확이 협력 학습에 좋은 기회가 된다. 자기가 캔 감자를 자기가 집으로 가져가는 게 아니다. 크고 넒은 깔개를 깔고 수확한 감자를 모은 다음 아이들과 골고루 나누고, 학교를 위해 수고하시는 여러 교직원과도 나누도록 담임선생님이 교육한다. 빨간 바구니에 감자를 가득 담아서 교실로 운반하는 아이들은 땀을 뻘뻘흘리면서도 진지하다. 교실까지 함께 옮겨주고 내려오니, 교실에서 배분을 한 후에 교무실로 가져온 1학년 아이가 신문지로 만든 박스에 감자 여섯알을 담아서 들고 왔다. "맛있게 드세요." 라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감자 여섯알을 나누는 아이 얼굴에 즐거움과 보람이 가득하다.
2시간 동안 여러 학년이 나와서 감자를 수확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다른 아이들이 다 들어간 후에 실내로 들어오니 열이 올라서 발갛게 상기된 얼굴을 마주한다. 3월 말에 감자를 반으로 잘라서 심은지 3개월여 만에 감자를 수확하는데 양이 제법 많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올 봄은 가뭄이 지속되어서 감자싹에 진딧물이 잔뜩 끼었고, 개미가 부쩍 늘었다. 수확량을 보고 농사를 짓는 게 아니니 수확한 사실로도 모두들 즐거울 따름이다. 하지 감자 수확을 마치니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내일은 고학년 차례다. 고학년은 4년, 5년 해 본 아이들이라 알아서 척척 잘 한다. 아이들에게 여름이 오래 기억이 남을 것이다. 여름 감자를 볼 때마다 작은 시골 학교에서 감자 캐던 친구들이 생각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