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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6. 8.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6. 8. 23:16
중세는 와인으로 그 어둠을 견뎌냈고, 현대는 커피로 그 현란한 빛을 견뎌내는 중이다. 중세는 와인(알코올), 현대는 커피로 스트레스를 달래고 있다고 하는 말을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앞의 문장은 내가 대구법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어떤 이는 말한다. 중세 사람들은 지금보다 가난하고, 풍족하지 못한 삶이었더라도 그래도 신(기독교겠지만)이 지배하는 사회였으니 마음이라도 편안하지 않았겠느냐고. 그에 비해 현대는 물질은 중세에 비해 풍족해졌을지 몰라도 마음은 빈곤하니 '마음산업'이라는 신종 서비스 산업이 생겨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라. '~ 상담소, 미술치료, 음악치료, 힐링.... 마음이 힘들 때 전화 주세요....' 등등 얼마나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많으면 이토록 '마음산업'이 확산세일까?
현대의 직장인으로 사는 나는 매일 아침마다 커피를 마셔왔다. 이미 아침 커피 마신 지는 벌써 30년이 넘었을 것이다. 옛날 어른들 말을 빌리자면 인이 박힌 일이다. 이제 습관처럼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지 오래라는 말이다. 한때 '악마의 유혹'이라는 커피 광고도 있지 않았던가? 뭔가 낭만적이면서도 동시에 끔찍한 말이 아닌가? 악마의 유혹에 영혼을 빼앗기는 이야기는 결국 불행한 결말로 이어지지 않았던가 말이다.
요즘 밥집보다 카페가 더 많이 눈에 띈다. 동네에도 작고 아담한 카페들이 많이 들어섰다. 직장에서도 원두커피, 믹스커피를 수시로 마실 수 있다.
"언제 커피 한 잔 할래요?"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요."
중년과 노년의 남자들이 많이 본다는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본 적이 있나요? 아무리 외딴 산골에 자리를 잡고 사는 자연인일지라도 노란색 봉투의 일회용 믹스 커피와 종이컵으로 커피를 마시는 걸 볼 수 있다. 그만큼 커피는 우리 사회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도 그중 한 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