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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 시> 정현종: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6. 1. 22:18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전문-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 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이미 나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라는 구절에서 첫 눈에 반한 바 있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고 있음을 시인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정현종 시인의 이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은 유은실 작가의 책 「순례주택」에 소개되어 알게 되었다. 요즘처럼 코로나 이후 어른이라는 존재 자체가 쓸모 없어진 것처럼 여겨진 적이 역사에 있었던가? 아마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 이후, 큰 전쟁 이후에 그랬을 것이다. 흔히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한다. 역경에서도 오뚝이처럼 벌떡 벌떡 일어서는 회복력을 말이다. 주인공 오수림과 또 한 주인공 김순례 여사처럼 말이다. 김순례씨는 인생을 순례하는 사람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베풀면서 산다. 오수림도 그런 김순례씨의 인생을 닮고 싶은 중학생이다. 시인의 마음처럼 사람의 마음이 공처럼 그렇게 번번이 튀어오른다면 좋겠다. 가볍게 떠오르면 좋겠다.
나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돌을 매단듯이 뭔가 묵직한 게 남아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인생의 무게를 가끔은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오늘처럼 말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아직도 바다와 산과 숲이 마음에 가득하여 향기롭다. 6월을 정현종 시인의 시로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