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평> 파워오브도그(The power or the dog)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5. 12. 20:59
power of dog? 개의 힘? 개가 주인공인 영화인가? 했지만 포스터를 보면 서부극에나 나올 법한 말 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제목과 배치(背馳)되는 내용에 사뭇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영국의 탐정 영화 셜록으로 유명해진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이라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대체 악의 세력(power of dog)는 누구인가?에 대해 궁금해졌다. 감독(제인 캠피온)이 주인공 로즈가 남성들 사이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페미니즘을 부르짖으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강하게 대두되는 세 사람의 남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캐릭터를 알아보자.
“엄마를 돕지 않으면 난 사내도 아니지.”로 영화가 시작한다. 의사인 아버지가 자살한 장면을 목격한 피터는 자신이 그 밧줄을 끊어냈다고 말한다. 그런 아픔을 안고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를 돕는다. 목장주인 필과 직원들이 식당에 방문한 날 필이 자신을 모욕했다고 여긴 피터는 복수심을 안고 있다. 피터는 결국 탄저병에 걸린 동물의 가죽을 주어 필이 밧줄을 만들게 함으로써 필을 감쪽같이 탄저병에 걸려 죽게 만든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끝낸 후에 피터가 읽은 성경 구절이 시편 22장 20절이다. 이 영화의 제목이 비롯된 문장이다.
Deliver my life from the sword, my precious life from the power of dog.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악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예일대학교에서 고전학을 전공한 필은 말도 잘하고 우크렐레도 잘 다루고, 리더십이 뛰어나다. 그런 그가 동생과 함께 큰 목장을 일구었으나 사실상 목장주로서의 모든 일을 한다. 거친 목장의 일꾼들을 거느리고 맨손으로 소를 거세하는 등 강한 면모를 보여주려 애쓴다. 그러나 필은 그의 유일한 우상인 브롱코헨리와 동생 조지 외에 주변에 사람이 없다. 형제끼리 의지하면서 지내다가 그런 자신에게서 조지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여 조지가 결혼하고 함께 사는 로즈를 경계하고 은근하게 압박하여 로즈를 술에 의존하는 나약한 인간으로 몰아간다.
동생 조지는 형 필이 만든 목장에서 공동 주인의 역할을 한다. 감성적인 인물로 형 필이 식당 주인을 슬프게 하자 불쌍히 여긴 나머지 결혼까지 한다. 그는 형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만 주지사를 집으로 초대하는 등 형과는 또다른 사회적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로즈와 결혼을 하고도 로즈가 피아노를 친다는 이야기만 듣고 묻지도 않고 피아노를 들이고, 주지사 앞에서 로즈에게 피아노치기를 거의 강요한다. 도 결혼 상태이지만 로즈가 필의 교묘한 압박에 술에 의지하면서 힘들어할 때도 마땅한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인물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목장주인인 필과 조지가 서로 의지하면서 살다가 조지가 로즈와 결혼을 하면서 필이 로즈를 경계하였고, 엄마 로즈를 괴롭히는 필을 아들 피터가 살해함으로써 끝난다. 영화에서 목장 건너편 산을 바라보면서 ‘무엇이 보이는가?’라고 묻는 장면이 있다. 목장 일꾼들은 누구도 보지 못하는 모습을 필과 피터, 그리고 죽은 브롱코헨리만 보았다. 그건 ‘개의 형상’이다. ‘개의 세력=악의 세력’이다. 자신을 위협하고 엄마를 협박하는 악의 세력의 우두머리인 필을 물리친 피터는 한 눈에 산에서 ‘개의 형상’을 본 사람이다.
필과 피터는 서로 닮아있다. 필은 이제껏 전부였던 동생 조지를 지키려고 한다. 피터는 자신의 엄마 로즈를 지키려고 한다. 자신의 우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의 회상과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애쓰는 필과 자신의 엄마인 로즈를 지키려는 피터가 대결을 벌인 셈이다. 결국 피터가 승리한다. 필은 지극히 여성스러운 피터를 혐오하지만 마음을 열고 피터에게 자신이 아끼는 브롱코헨리의 안장을 사용하게 하고 밧줄을 만들어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그러나 필의 마음은 피터에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피터는 필을 악의 세력으로 물리쳐 버린다. 악의 세력으로 규정되는 사람을 물리쳐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논리는 동물들의 세상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피터와 필의 다른 점은 그들의 대화에서 알 수 있다.
들판에서 나무틈에 들어간 토끼가 나무에 깔려 힘들어하자 필은 피터에게 빨리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라고 말한다. 피터는 눈 하나 깜짝하자 않고 토끼의 목을 비틀어 죽인다. (이 장면은 묘한 손동작이 그림자처럼 보일 뿐 죽였다고 보여주지는 않는다. ) 그런 후에 피터와 필이 나누는 대화이다. 피터는 자신의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말한다.
필: "브롱코헨리는 불행을 견디면서 어른이 되는 거라더군."
피터: "저희 아버진 장애물이라셨어요. 장애물을 없애는 게 인생이라고요. "
피터는 필에게서 받은 밧줄을 슬그머니 침대 밑으로 밀어넣는다. 필의 밧줄은 언젠가 자신이 인생에서 장애물이라고 여겨지는 그 사람에게 쓰일 것이다.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의 대니얼 플레인뷰와 오버랩되는 인물이 필이다. 대니얼이 자본주의에 찌든 냉혹한 인물이라면 필은 외롭고, 과거에 매인 인물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둘 다 고독한 인물로 미래를 거부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같다.
(영화평) There will be blood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