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봄의 정원으로 오라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5. 3. 20:35

봄의 정원으로 오라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잘랄루딘 루미-

 

신규 직원 취임식에서 신규 직원이 취임사와 함께 준비해서 읊어준 시다.

"어디 있는가 보다 누구와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과 함께.

 

봄의 정원을 상상해 본다.

그 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어 축제 준비는 이미 충분하다.

거기 기다리는 내가 있다.

곳에

내가 기다리는 당신이 온다면 나의 기다림은 꽃과 술과 촛불보다 값지게 빛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그것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할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코로나 시작후 2020년 10월 실외 마스크를 의무화 조치 이후 566일만이다.

2022년 5월 2일 정부가 실외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다. 

이제 영화관에서 팝콘 먹기, 시외버스에서도 음료 마시기 등이 허용되었다. 

운동하거나 야외 가족 나들이를 할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함성을 지르거나 응원하기, 합창하기를 하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물론 실내 마스크 착용은 의무화되고 있으니 신규 직원 취임식은 마스크를 쓰고 했다. 

또, 취임식이 3월 1일이 아니고 5월 2일인 이유도 코로나로 모임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2020년 3월에 발령받았다가 2022년 2월까지 2년 근무 후에 다른 학교로 간 직원은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 마스크는 얼굴에서 눈만 볼 수 있어서 얼굴 전체의 윤곽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간혹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잠시 마스크를 벗은 직원이나 아이들의 얼굴을 보는 게 더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환대하고, 손을 잡고, 얼굴을 맞대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기대일까? 2020년부터 2년 4개월 동안 계속되고 있는 이 크레바스 같은 사람들 사이의 협곡이 좁혀지기는 어려울 지도 모른다.  술과 꽃과 촛불이 없어도 누군가에게 기다려 주는 한 사람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정의롭고, 멋진 인간애를 실천하는 사람일 수 있다. 

 

봄의 정원은 아직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 사람이

바로 

나다.

 

그 사람이

바로

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