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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여름이 온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2. 4. 12. 16:53

온 몸으로 겪는 여름 이야기

   이수지작가는 한국과 영국에서 회화와 북 아트를 공부하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림책을 펴냈다.  2022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수상을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사서선생님이 책을 구입하여 어느날 아침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책을 제일 먼저 보는 것은 선물처럼 기분좋은 일이다. 

 

   그러면서 귀뜸해 주신다. 비발디의 <사계- 여름>을 들으면서 그림책을 보는 거라고.  유튜브에서 <비발디의 사계-여름>을 찾으니 이 무지치(I Musici) 2016. 1. 16.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 영상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음악을 들으면서 <여름이 온다>의 책장을 넘긴다. 

 

  물방울, 색종이, 아이들, 천둥과 번개, 물놀이 등의 여름 정원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즐기는 여름 오후의 풍경이다. 

1악장은 너무 빠르지 않게, 2악장은 느리게- 빠르게, 3악장은 빠르게 이어지는 음악은 한바탕 여름 오후를 지나는 천둥과 번개와 소나기를 실감하게 해 준다.  오케스트라 악단이 무대 아래에 있고  막이 오르면 엄마, 아빠, 아이들, 개가 함께 등장하여 한바탕 여름을 시원하게 즐긴다.  막이 내릴 때 등장인물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대받은 우리는 그냥 그림으로 즐기면 된다.  물방울이 내게로 튕겨올 것 같다. 

 

 이런 그림책은 처음이다.  이전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점이 특별하다. 

먼저, 페이지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림들은 아이들의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이 그려낸 것 처럼 보이지만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는 이야기를 이어준다. 

 

두번째는 책을 감싸는 표지를 떼어내고 보면 표지 앞면에 제목이 없다. 

책등에만 '여름이 온다'가 있다. 책꽂이에 꽂아놓았을 때 책을 구분하기 위한 용도로 보인다. 

 

세번째는 책을 감싸고 있는 표지를 펼쳐보면 한 편의 포스터임을 알 수 있다.  포스터의 내용은 <비발디 사계>의  악보를 표현하고 있으나 오선지는 있지만 음표는 없다.  오선지 사이에 가족들이 먹구름, 천둥, 번개와 소나기를 피해 달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는 "여름이 왔다."라는 문장으로 끝이 난다.  한국의 덥고, 습하고, 변덕스러운 여름을 단 한 번도 겪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대되고, 흥분되는 여름을 상상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매년 겪는 사람들은 모기, 뜨거운 열기, 한낮의 매미소리 등을 떠올리면서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올 여름에는 더운 여름을 지나면서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의 여러 장면들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간만에 싱그럽고, 생동감 넘치는 책 한 편을 잘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세 아이의 엄마인 직장 동료와 유치원 선생님께 권했다. 아이들이 갖기 쉬운 책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지울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모든 어머니, 아버지들에게도 권한다.  새롭다.  부모가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 할 지 생각하게 한다. 

  책임과 안전 우선을 강조하다보니 결국 위험으로부터 멀어져서 도전으로부터도 멀어지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은 놀 줄을 모른다.  위험해서 부모도 학교도 허락하지 않는 게 너무 많다.  대학을 졸업해도 할 줄 아는 건 경쟁과 공부 밖에 없는 사람을 길러내고 있는 건 아닌가? 

 이 책은 형식에서 멀어졌지만 행복과 가장 가까이 하는 비결을 전해준다. 가족과의 사랑도, 놀이도, 행복도 전해 준다.  이 책이 상을 받은 비결이 거기 있다. 너무 당연하지만 어찌어찌하여 멀어진 것, 그것을 이 책이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