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말하기를 배우다

엿도 말도 엿장수 마음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7. 23. 10:36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이 주는 교훈은 두 가지인 것 같다.

 

말을 길게 하는 것을 삼가고 많이 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이 하나 있다. 말이 길어지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말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을 아끼라는 거다.

 

다른 의미 하나는 말은 이 사람 저 사람 옮겨갈수록 보태지고 왜곡되어 본뜻에서 멀어질 수 있으니 말을 전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방송에 나가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얼굴이 강석우씨 닮았다는 말을 했다. 연애할 때 아내가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다. 알랑드롱, 비래드피트, 주윤발까지 잘 생겼다는 사람은 모두 소환되었다. 그 외에도 작은 표현 하나 때문에 정지척으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방송이나 강의에 나갈 때면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하지만 이 또한 내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

흔히 하는 말로 생각은 자유다. 하지만 생각이 말로 나오는 순간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이다.

엿장수는 마음에 들면 더 줄 수도 있고 야박하게 가위질을 할 수도 있다. 말은 하는 사람의 의도보다는 듣는 사람의 해석에 달렸다.

 

엿판에서 발견하는 말의 지혜, 늘어져서 좋을 건 엿가락 뿐, 판을 쥐고 있는 건 내가 아닌 엿장수다.

(2020kbs라디오 강원국의 말 같은 말에서 옮겨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