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말하기를 배우다

즐겁게 물고기를 잡다보면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7. 23. 10:30

고등학교 시절 기억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시험을 앞두고도 까뮈의 이방인이나 앙드레지드의 좁은문을 읽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오늘은 말을 잘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 어록에 관해 알아본다.

 

어록은 위인이나 유명한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맞다. 그런데 어록은 이미 한 말이 아니라 할 말에 관한 것이다. 글을 쓸 때는 쓸 내용을 찾아볼 수도 있고, 쓰고 나서 고칠 수도 있지만, 말은 그렇지 않다. 할 말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말을 잘할 수 없다. 말을 해야 할 때 할 말을 찾으려 하면 이미 늦는다. 말하기의 핵심, 이 준비되어 있는 말이 어록이다.

 

요리를 예로 들어보자. 어떤 요리사는 요리해야 할 때마다 고기를 잡으러 나간다. 고기가 잡히지 않을까 봐 늘 초조하고 불안하다. 어떤 고기가 잡힐지 모르니 무슨 요리를 해야 하나 또 걱정이다. 요리하는 일이 재밌기는 커녕 두렵다. 이에 반해 평소에 고기를 잡는 요리사는 취미활동처럼 고기를 잡아놓으니 요리할 때도 고기를 고르는 재미가 있다.

 

고기 잡는 일이 말하기에서는 독서와 사색이고, 잡힌 고기가 바로 어록이. 책을 읽고 동영상강의를 듣고, 사색하면 생각이라는 고기가 낚인다. 시험 기간 중에 좁은 문을 읽던 친구는 평소 큰 그물을 드리워놓고 즐기면서 자기 어록을 만들었던 것이다.

 

산책하듯 바다로 나가 사색이라는 그물망을 펼치세요. 그리고 나만의 어록을 건져 올려 보세요.

(2020kbs라디오 강원국의 말 같은 말에서 옮겨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