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한 블럭만 지나면 동네 초등학교가 있다. 요즘 담장이 능소화로 가득 덮였다. 매일 출퇴근 길에 자동차 안에서만 보던 담장에 하나 둘 오렌지 색의 불이 켜지듯이 능소화가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담장이 환해졌다.
"오늘은 퇴근 후에 한 번 나가볼까?"
하다가도 쉬느라 못 나가 봤다.
미루다가 지난 월요일, 저녁을 먹고 능소화 담장 길을 찾아갔다.
"능소화가 활짝 피었는데 언제 한 번 나가 볼까?"
"그래? 그럼 지금 나가보면 어때?" 맞장구 쳐 준 딸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담쟁이 덩굴과는 다르게 꽃이 있으니 더 환하고, 아름답다. 아마 이런 길은 주변에 흔치 않을 것 같다. 담장 아래에는 능소화가 툭툭 떨여져 쌓였다. 아예 떨어진 능소화를 모으기 위해 빗자루도 세워 두었다.
이사 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능소화 핀 시절에 이 길을 걸어 본 것은 처음이다. 찻길에 붙어 있고, 인도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다.
능소화에 대해 찾아 본다.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이다. 옛날에서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부지방 이남에서는 주로 절에 심었다고 한다.
또 “능소화 꽃가루의 미세구조가 갈고리 모양이어서 피부나 점막에 닿으면 잘 떨어지지 않고 염증을 유발하며, 눈에 들어가면 결막염, 백내장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이 있어서 능소화가 독이 있는 식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국립수목원에서 2015년 7월 9일 능소화의 꽃술, 잎, 뿌리에 독이 없음을 밝혔다. 다만, 꿀(화밀)에선 일부 독성 검출, 식용 및 장시간 접촉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친 김에 동네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들어오니 아직도 덥다. 요즘 습도가 100%, 96%, 85% ... 늦은 장마라곤 하지만 습도가 높으니 무척 덥게 느껴진다. 능소화에게는 좋은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