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노래가 되고
가수 안치환의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10년전 학교 교육과정설명회를 앞둔 무대에서 청바지를 입은 두 분의 선생님이 부르는 것을 보고 처음 알았다. 멍! 했다. 아니, 저런 노래가 있다니.... 두 분의 선생님이 기타를 치면서 호기롭게 열창하는 노래에는 헛헛한 겨울 바람이 아닌 가을밤의 시원함과 열정이 묻어있었다.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길 포장마차에서
빈호주머니를 털털 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한번도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한번도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가사 전문
그런데 또 놀란 것은 이 또한 정호승 시인의 시라는 거다.
'정호승시인의 시는 어떤 범주에서도 벗어나지 않고 우리 삶과 맞닿아 있구나 ' 하는 생각을 한다.
원 제목은 <술 한잔>이다.
시집<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1991, 창작과비평사)>에 수록된 시다.
술 한잔
-정호승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가을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시 전문-
가끔은 술 한잔의 위로가 필요한 날이 있다.
살다보면 자주 그럴 때도 있다.
마시지 못할 때는 이 노래가 위로가 된다.
이 시가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