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이문재 시인 <농담>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5. 3. 16:41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시 <농담> 전문
이 시는 제목이 농담이라서 농담(弄談,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 )인지 농담(濃淡, 생각이나 표현의 강함과 약함. 또는 그런 정도. )인지 다들 시인에게 물어도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미술품이나 시나 소설들의 작품들은 작가가 생산을 해 내고 나면 나머지는 독자의 몫이다.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어떤 의미를 두고보는가? 는 보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와 닿은 문장은 '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는 글이다. 모든 고민의 99%가 아마도 인간관계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싶다. 종소리는 그저 종을 쳐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시각과 장소와 날씨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새벽에 산사에서 종을 치면 그 소리는 새벽을 뚫고 마을로 내려가 집집마다로 멀리 퍼진다. 남보다 일찍 일어나 정갈하게 매무새를 만지고, 종 앞에 서는 스님의 마음이 마을로 내려가 전해지는 것이다.
제목이 아무려면 어떠랴? 나는 수채화의 농담(濃淡)을 생각했다. 때로는 진한 먹빛으로 때로는 거의 먹을 없애고 흐릿하게 그렇게 해야 한 편의 그림이 그려지듯이 진함과 옅음은 서로 공존한다. 그래서 사는 건 복잡하고, 더 어려운 지도 모른다. 농담의 차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림같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