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4. 26. 19:23

창문 앞 감나무가 비에 젖었다. 비는 감나무에게 반가운 손님이다. 베란다도 환대의 마음으로 총총히 하트를 매달았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시 전문-

 

 

이 시를 외는 사람을 만났다.

요즘 같은 때 시를 외다니......  그런데 몇 소절을 듣고 나자 멈칫 했다.

아!

책은 도끼다라는 말은 까뮈의 <변신>에 소개된 말이라고 하는데

시가 도끼가 되어 삶을 흔드는 기분이었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만나는 것이라니.

한 사람의 일생이 온다니.

시인의 통찰력이 놀랍다. 그리고 바로 인정한다.

 

그 후 나의 첫 암송시가 되었다.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이런 말이 있다. 같은 맥락의 말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지 알지 못하고

보통사람은 인연진 줄 알면서도 스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