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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1. 1. 17. 16:45

 

 삶의 나침반을 점검하는 시간

 

   이 책은 구글 상무 김태원의 강연 도중 언급된 추천도서이다. 김태원은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의 책임이 크다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혁신은 가죽만 새로우면 되지만 4차산업혁명은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의 강연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내용이 와 닿았다.

 

 임경선작가는 12년의 직장생활 후 15년의 전업작가의 나이테를 가진 사람으로 <태도에 관하여>의 부제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답하는 그의 답은 명쾌하다. 문과가 아닌 이과의 눈에 비친 삶의 태도를 말한다. 그래서 신선하고,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가독성(可讀性)이 높다.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으나, 그 무게는 상당하다.

 

 첫번째 키워드는 자발성이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이제부터 집중해서 생각하자고 해서 바로 생각을 길어 올릴 수도 없다.  그 생각은 자칫 당시 분위기에 휘둘린 감상일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 '행동'을 하면서 '생각'이 따라서 정리되었다.'-p19

'비가 오나 날이 맑으나 숙취에 시달리든 팔이 부러졌든, 그 사람들은 그저 매일 아침 8시에 자기들의 작은 책상에 앉아 할당량을 채우지요. 머리가 얼마나 텅 비었건 재치가 얼마나 달리건, 그들에게 영감 따윈 허튼소리.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에세이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에서 시크하게 말한다.)-p.39

 

두번째 키워드는 관대함이다.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도 이해한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소설 <단순한 열정>중에서- p.55

자식은 부모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야 어른이 된다. 성장은 나의 부모가 나처럼 한낱 불완전한 인간임을 깨닫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p.68

 

세번째 키워드는 정직함이다.

'그 누구보다도 나에게 솔직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가만히 있어도 삶의 무게는 무거워지니 가급적 많은 것들을 단순화시키고 깃털처럼 가볍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방식에 여분의 군더더기가 없을수록 자유롭다. 특히 그중에서 인간관계가 자유로워야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맨 먼저 할 일은 '나는 누구로부터 사랑받고 싶은가, 나는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를 가려내는 일인 것 같다. '-p.95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다 좋아한다고 하면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당신은 모두를 기쁘게 살 수는 없다. (브라질 출신의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트위터 글)-p.97

 

인간관계의 대응법에 대해 세 가지를 제시한다.

부부, 부모와 자식의 관계, 친구관계는 '정면돌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한다.

근거없이 나를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는 사람과의 관계는 '피하기'의 방식으로,

생로병사 등의 문제와 어정쩡한 관계보다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놔주기'를 선택한다.

'사람의 몸 만큼 정직한 건 없고, 사람의 마음만큼 조작 가능한 것도 없는 것 같다.'-p.130

 

네 번째 키워드는 성실함이다.

'누구나 원한다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경우 작가가 되기 전, 재즈카페 '피터캣'의 주인으로 7년을 일했는데 작가로 성공해서 먹고살만해져도 재즈 카페 운영을 바로 접지 않았다. '일상성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작가라고 으스대지 않기 위해'  일부러 한동안 두 직업을 병행했다. 훗날 전업 작가가 되어서도 재즈카페 주인장으로서의 힘겨운 육체노동을  경험한 것이 글쓰기의 기본 뼈대가 되어주었다.' -p.153

 

' 나는 살아가면서 내가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내가 나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을 필요로 한다.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생생히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건전한 욕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소중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p.170

'실망스러운 일을 겪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 더 잘알게 되어 그것이 장차 힘이 되어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기왕이면, 가급적이면 실패까지 가지 않도록 잘해야겠지요.(미국 방송인 코난 오브라이언의 다트머스대학교 졸업 축사)-p.175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사람들을 피하십시오. 그들은 영혼을 괴롭힙니다. '(프란시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p.181  상대는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데 난 내 주장이 없어서 굴복당한 기분이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특강은 1시간은 강의, 1시간 동안의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참여하는 사람은 모두 수강료를 지불한다.  질의응답 시간은 자유롭고 엄격하고, 집중하면서 유머가 있는 토론 수업의 모습이었다. -p189

 

다섯 번째 키워드는 공정함이다.

'나와 너의 개인성을 인정한다. '

소설가 스티븐 킹은 대중소설 옹호 연설을 반박하는 글로 자신을 깔아뭉갠 소설가 셜리 해저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이나 해. 인생은 짧아. 가만히 앉아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쓰레기 같은 이야기를 하는 대신에, 진짜 일을 해. 신께서 재능을 주셨지만 살날은 많지 않으니까."  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 시간과 기력으로 나의 일을 하기로 한다. -p.212

복잡한 미움이 생길 때는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이론처럼 서로 간에 적당히 자기 활동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따로 떨어져서 공존하면 된다. '넌 너대로 거기서 놀아. 난 나대로 여기서 놀 테니까 서로 건드리지 말자구.'-p.215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나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니 리더로서 상사의 권위에 대해 생각해 볼 명제를 제시한다.

1) 나는 애초에 유능한가? 부하 직원들 그 누구보다 유능한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온 힘을 다해 지켜주고, 보호하고, 방패막이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리 미운 후배가 있어도 대신 책임지고 유능하게 수습하는 사람이 리더다.

2) 나는 적절한 거리 조절을 하는가?

'허심탄회하게 풀자, 형이라 불러라.'등의 직장의 가족화는 프로답지 못하다.

3) 나는 업무 위임을 효과적으로 하는가?

팀원들 간의 업무 배분은 공평하고 균형이 잡혀 있는가. 업무를 떼어주고 주도권을 갖고 일하게 하되, 보고만 제때 하도록 효율적인 업무과정을 만드는가? 부하직원이 자기 선을 넘으려고 하면 바로 중심을 잡아주는가?

4) 아랫사람들에게 사사로운 인기를 얻겠다는 욕심을 버려라. 

어느 사회나 윗사람에 대해 불만과 뒷담화는 있다. '멋쟁이 상사'나 '친해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일만 잘 돌아가면 된다는 심플한 목표로 지내는가?

 

 작가는 다섯 가치를 아우르는  말로 '자유'를 말한다. 단, 100의 대가를 치르고 100의 자유를 얻는 게 아니고, 100의 대가를 치러야 1의 자유를 겨우 얻을 거라고 한다. 작가의 이상형을 '맑고 투명하고 치열하면서 공정하되, 삶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라고 밝힌다. 

 나는 어떤 삶의 태도들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세월이 변함에 따라 가치들도 달라짐을 느낀다. 요즘 내 눈에 띄는 단어들은 '에너지, 연대, 지속가능, 예측 가능, 평화'다. 삶의 가치도 이 안에서 찾으려고 한다.

 

 이 책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가끔씩 왜 나만 흔들리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방향이 있으면 가는 길이 좀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기가 수월하다. 눈 속에서 앞을 향해 걸어간 어떤 이의 발자국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