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시 읽는 수요일 2025-23] 나만 느낄 수 있는 응원(김수영)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6. 5. 16:40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강바람은 소리도 고웁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달리아가 움직이지 않게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무성하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돌아오는 채소밭 가에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바람이 너를 마시기 전에
-김수영, <채소밭 가에서> 중, '나만 느낄 수 있는 응원' 전문-
"때로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느낀다,
바람이 지나가는 걸 듣는 것만으로도 태어난 가치가 있구나. "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가 말했답니다.
이번 주는 김수영 시인이 강바람이 부는 채소밭에 바람이 불어서 채소들에게, 달리아에게 기운을 더 주라고 응원하는 그림 같은 시를 골랐어요. 2025. 6. 4.대한민국의 21대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고, 2024. 12. 3. 계엄사태 이후 6개월 만에 제대로 된 나라가 시작된 날이에요.
민주주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라는 걸 이번에 또 깨달았어요. 어떤 분이 말씀하셨어요. 배에 올라타면 멀미가 날 것 같아서 지켜만 보면 그건 숙제처럼 여겨지고 울렁거리겠지만 배에 실제로 올라타면 오히려 멀미가 생각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고요. 새로 시작하는 대한민국이 활짝 핀 달리아 송이로 생각되네요. 대한민국이 흔들리지 않게 기운을 주는 바람이 불어오기를 응원합니다.
이 시는 운율을 생각하고 쓴 시라서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는 반복되는 구절을 읽고 나면 기운이 솟는 느낌을 주네요. 6월의 싱그러운 초여름 바람이 여러분에게도 기운을 더해 주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