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수요일(시 큐레이터)
시 읽는 수요일{2025-20주]듣는 힘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5. 14. 07:53
듣는 힘
사람 마음속 호수
그 깊이에
멈추어 서서
귀를 기울인다
는 일이 없다
바람 소리에 놀라거나
새소리에 멍해지거나
홀로 귀를 기울이는
그런 행동과도 멀어져 갈 뿐
작은 새의 대화를 알기 때문에
오래된 나무의 고생을 돕고
아름다운 처녀의 병까지 고쳤다는 민화
'듣는 귀 두건'을 가지고 있었다 동족
그 후손은 자기 일에만 푹 빠져있다
붉은 혀만 이리저리 하늘을 날아
어떤 말로 포장할까
어떻게 압도시켜 줄까
그러나
어떻게 말로 나타낼 수 있나
다른 일도 진득하게
받아들일 힘이 없다면
-이바라키노리코 시집 <듣는 힘> 전문-
요즘 지인들 중에 책을 내는 작가들이 여럿이다. 왜 사람들이 책을 내고 싶어 할까? 생각해 봤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가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책을 통해서 남의 이야기를 듣는 일보다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 하고 싶은 말일 갑자기 많아졌을까? 요즘은 말하는 시대다. 듣는 사람은 없고 말하는 사람만 많다.
실제로 마음만 먹으면 유투브, SNS, 블로그, 독립 출판 등 다양한 양식으로 자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오늘은 지난번 도서관 관장님이 방문하면서 가져온 책을 살펴보았다.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의 어른이 그림 그림책이 일곱 권 들어 있었다. 일곱 살 아들이 유치원에서 그려온 그림을 버리기 아까워서 주인공으로 그려낸 동화책, 손주에게 읽히려고 만든 도토릴 세 알 이야기, 아이가 좋아하는 애착 꽃무늬 이불 이야기, 치매 남편을 9년간 간병한 이야기, 초등학생 아이가 물건을 찾기 전에 자기가 찾도록 이름표를 붙여주면서 기다려 준 이야기 등이다. 글은 길지 않아도 제각각 삶의 태도가 묻어나는 책들이었다. 살이 많이 붙지 않았지만 깔끔하고 단아하여 읽기에 부담도 없고, 하고 싶은 말은 한눈에 알 수도 있었다.
<모모>라는 책이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지만 사람들은 모모를 찾아와 이런 저런 고민을 이야기하고 답을 찾고 돌아간다. 요즘 가만히 생각해 보는 게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반대로 접근해 보는 것"이다. 말을 잘하고 싶다면 먼저 들어주면 듣는 내용에서 말을 할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친구를 멀리해 보면 친구의 소중함을 아니 친구를 사귈 때 어찌해야 할지 알게 된다. 마음이 흔들린다면 마음이 어디까지 흔들리는지 바라보고 있다가 어느 지점에서 흔들리는 지를 탁 꿰찰 수 있다면 마음을 붙들어 매는 방법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