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5 글쓰기

후반생(後半生)을 바라보며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5. 1. 17:28

   태극사상연구소 강기진소장에 의하면 50대 이후는 여름의 기운(양)에서 가을의 기운(음)으로 접어드는 시기다. 에너지가 수렴하는 시기이니 관심(에너지)이 내부로 향하게 된다. 이미 가진 게 많으니 물질적인 걱정은 내려놓는 시기다. 

  50대의 인생 과제는 과거를 바꾸는 일이다. 과거가 흐릿한 안개 속에 있다.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과거를 바꾸면 상처를 직시하여 의미를 찾아내고, 그게 나를 단련했음을 찾아낼 수 있다. 그는 이 과정을 '꼬인 팔자를 풀 수 있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팔자가 꼬이는 이유는 가족, 친구, 선생님 등등의 연에 얽매어서 자신의 팔자대로 살지 못해 괴롭기도 하다. 팔자는 죄가 없다. 팔자는 내가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는 일을 하려니 팔자가 꼬인다. 

 

   그러면 후반생에 말년운이 있는 사람으로 살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나에게 주어진 본성(가능성)을 다듬어 성품으로 도야해 내는 것이 그것이다. 주역에서는 이를 성성존존(性性存存)이라 하는데 이는 명심견성(明心見性)과 같다. 노년에 자신이 가진 본성을 다듬어 사는 모습을 젊은이들이 보고 배우게 하는 것이다. 사람은 보고 배우는 것이다. 누군가의 삶을 좋게 보고 내가 지금 그를 흉내 내며 사는 것이다. 또 누군가는 나를 흉내 내며 살 때 나는 죽지 않고 살아있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운은 행운(길은)이 70이면 행운(액운)은 30 정도 된다. 왜 길운과 흉운이 있을까? 운을 가져갈 만한 사람이 가져가게 하기 위해 흉운이 있다. 정(定)한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진 자격있는 사람이 가져가게 하려고 흉운은 게이트 키퍼(gate keeper)의 역할을 한다. 흉운이 오면 그다음 길운의 길이 열린다.  

 

그러면 운이 좋아지는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정(定)한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일이다.

 

둘째, 집착을 버리는 일이다. 세상은 음양의 조화를 원한다. 가득참은 원한(온 우주, 귀신, 땅, 하늘이 방해한다)의 시작이다. '하늘이 바라는대로 이루겠다'는 낙천적인 마음을 가지는 게 좋다. 

셋째, 결을 잘 타야 한다. 주역의 64 괘는 결을 알려준다. 

 

1)자신의 결을 타라. 체질에 맞게 사는 것이다.  사상체질은 64괘를 줄여 넷으로 만든 것이다. 

  *태음인:의리의 관계망을 구축한다. 조직에 소속하는 게 좋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혼자 하는 일을 못한다.  늦게 승진한다. 대인관계를 중시한다.

               ->(조언) 직장 구성원을 먼저 보고 회사를 골라야 한다. 

*소양인: 뒷심이 약하다. 승부욕이 강하다. 승부가 나는 일을 선택하라.

              두뇌회전이 빠르고 임기응변이 능하다.

             ->(조언) 영업, 방송, 사업이 유리하다. 

*소음인: 무언가 꽂히면 열정을 쏟으나 아니면 무기력하다.

              예술, 학문, 철학 등 열정을 쏟는 일을 찾아야  한다. 

              IT, 프로그래밍,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대인관계는 약하다.

               -> (조언)깊이 있는 지식으로 승부해야 한다. 

*태양인: 비전을 따라 산다. 신념이 강하고 카리스마가 있다.

               마하트마 간디, 일론머스크, 오바마, 창업자들이 해당된다.

               말이 설득력이 있고 조직생활에 안 맞다.

               -> (조언)규율보다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는 일을 하는 게 좋다. 

 

2) 상대방의 결을 타라. 사람은 나와 결이 다르다. 그러니 사람마다 다르게 행동하라.  주역에서는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눈다. 대인, 소인 비인이다. 

*대인(大人): 손해가 나도 받아 들이고 행동하는 사람. 대인을 만나면 운이 좋아진다. 

*소인(小人): 이익, 안위 만을 최우선으로 한다. 

*비인(非人):사람이 아닌 사람. 이런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는 게 좋다. 누가 비인일까? 제삼자에게 무심히 말하는 것을 들으면 그 사람의 본성을 알 수 있다. 

 

3) 조직의 결을 타라. 조직의 형태를 보고 행동하라. 태평한 공동체와 비(非) 공동체다.  

*태(泰) 공동체: 작게 주고 크게 돌아온다. 그러니 주고 싶다. 하고 싶다. 일이 잘 된다.

*부(否) 공동체: 큰 것이 나가는데 작은 것만 돌아온다. 주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관계가 피폐해진다. 

 

    근본적으로 세상은 터프한 곳이다. 이 세상에 비인(非人)도 존재한다. 태공동체, 부공동체도 있다. "돼지에게 진주를 주지 마라!" 터프한 세상에서 정(定)한 마음으로,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니고, 집착을 버리고 자신을 단련하여 본인의 타고난 성품을 단련하여 도야하는 일이 노년에 할 일이라고 주역은 말한다. 

 

  인공지능 챗지피티, 퍼플렉시티 등의 등장은 마치 인터넷과 휴대폰의 등장과 맞먹는 혁신의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먼 훗날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를 평가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변화가 빠른 시대에 어떻게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했는지를 궁금해할 것이다.  당신은 무엇에 근거하여 세상을 보나요? 주역은 이미 기원전 3,00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5,00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읽고 있다.  제 아무리 새로운 이론이 나온다 해도 기존에 있었던 문명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3월과 4월에 명리학을 스무시간 정도 공부했으나 되레 헛갈리고,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자연의 섭리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세상의 이치가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가 있고,  높아지면 낮아질 때가 있고, 채워지면 빌 때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타고난 팔자를 고칠 수는 없어도 바로 알고 대처하면 현명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불안사회를 표현하는 말로 '액체사회'라는 말을 쓴다. 현대인의 불안과 무력감이 마치 액체처럼 출렁이며 유동하는 공포라는 말이다.  공포는 무지에서 시작된다. 공포는 직면하면 낮아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주역은 노년에 읽어야 할 책 중에 하나다. 

 

  나는 특히 사람 중에 비인(非人)이 있음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공동체 중에도 공동체 같지 않은 공동체가 있으니 '돼지에게 진주를 주지 말라'는 말을 붙여보니 나의 무거운 어깨가 살짝 가벼워진다.  나의 후반생을 내다보며 주역에 근거하여 적어보았다. 

성성존존(性性存存)! 사람이 타고난대로의 성품을 도야하고 살 일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이하여 새롭게 시작하고자 기록한다.  오늘이 역사다. 이 순간이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