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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 2025-14주]벚꽃 (이바라키 노리코)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4. 3. 16:55

                벚꽃  

올해도 살아서 벚꽃을 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평생에 몇 번 벚꽃을 볼까요?

 

기억하는 게 열 살 무렵부터라면

아무리 많이 잡아도 일흔 번 정도

서른 번 마흔 번 보는 사람도 많겠지

너무 적네

 

더 많이 보는 기분이 드는 건

선조의 시각도 섞이고 포개져 자욱해지기 때문이겠지요

곱다고도 수상하다고도 이상하다고도

할 수 있는 꽃의 색

 

흩날리는 벚나무 아래를 한적히 걸으며

한순간 명승처럼 깨닫게 됩니다.

죽음이야말로 자연스런 상태

삶은 사랑스러운 신기루임을

 

-이바라기 노리코- 

 

  이바라키 노리코(1926~ 2006)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밝고 낙관적이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는 작품은 사람들이 '내가 가장 예뻤을 때/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이런 엉터리없는 일이 있느냐고/블라우스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담배 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어질어질하면서/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내가 가장 예뻤을 때/나는 아주 불행했다/나는 무척 덤벙거렸고/나는 너무도 쓸쓸했다/그래서 결심했다 될수록 오래 살기로/나이 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그렇게...' 

  맨 먼저 매화가 봄의 문을 살짜기 열고, 개나리, 목련이 피기 시작하면 봄의 창문도 조금씩 열린 것 같다가길가에 주욱하니 심어놓은 벚꽃이 덩달아 피어오르면 봄은 절정에 이르고 뒤꼍의 문까지 열어젖혀 온통 봄으로 세상은 가득 찬다.  이바라키 노리코의 말처럼 어쩌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상태이고 삶이 신기루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사는 삶의 모습이 한순간 사라져 버릴 수 있다.  옛사람은 '봄날의 꿈', '나비의 꿈'에 비유하기도 했고, 눈을 감았다 뜨는 시간인 '찰나'라고도 했다.  그럼 벚꽃은 찰나의 순간을 밝히는 사진 셔터 스위치 정도일까? 많이 잡아도 두 자릿수 밖에 안 되는 벚꽃 보는 횟수를 생각하면 사람 사는 게 그만그만하네요. 

 

   세계 최고령자로 살다 2024년 118세(117년 5개월 18일)로 숨진 스페인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는 실제 나이보다 17년 젊게 유지했으며 장내 미생물군은 어린아이의 미생물군과 비슷했다고 한다. 강력한 면역 체계와 김장, 암 위험 감소 변이를 갖고 있었고 정신적, 사회적, 신체적으로 활동적이었다 한다.  산책을 좋아하고,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려 지냈고, 지중해식 식단을 고수하고 요구르크를 즐겨 먹었다. 올리브오일, 계란, 요구르트, 밀크 스무디(8가지 곡물과 단백질)를 즐겨 먹었다. 그는 장수의 비결로 "질서와 평온, 가족과 친구와의 좋은 관계, 자연과의 접촉, 정서의 안정, 걱정 없고 후회하지 않는것, 긍정적인 성격, 나쁜 사람들과 거리두기, 거기에 행운과 좋은 유전자를 추가"한다고 했다.  (색깔을 달리 쓰는 이유: 내가 어쩌지 못하는 사람, 즉 비인(非人)의 요소를 가진 사람은 멀리 하는 게 상책이다는 걸 그 먼 나라 스페인에 살던 마리아 할머니도 알고 있었다.  )

 

  벚꽃 구경하면서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벚꽃잎에 담아 날려버리고,  일상에서는 마리아 할머니의 비결을 하나하나 읽어보세요. 너무나 쉽고, 너무나 간단하여 이미 알고 있었던 건데도 순간순간 무엇 때문인지 놓쳐버리는 것들이었네요. 그건 바로 욕심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질서, 평온, 좋은 관계, 자연, 정서, 안정, 후회 없이, 걱정 없이, 긍정, 행운,  나. 뿐. 인.사.람.과. 거.리.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