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진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3. 30. 23:18

매해 목련은 서둘러 피었다. 그러다 아직 물러가기 싫은 겨울 뒷자락의 된소리를 맞고 진주빛 꽃잎들이 커피색으로 짙어지곤 했다. 우아하기로는 어느 꽃보다 손꼽히지만 서둘러 피운 탓에 속절없이 된 소리 맞아 그만 얼굴색이 변해 버렸다. 올해도 어여쁜 목련을 그림 같이 오래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금요일 저녁 무렵 양지바른 정원에 우뚝 선 두 그루의 백목련이 소복하니 피었길래 봄을 실감했더니 토요일 아침에 다시 그 집을 지나다 만난 얼굴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간밤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저리 달라졌을까? 안타깝도다. 때를 잘못 만났구나.

 

  우아한 목련을 사랑한다면  연한 아메리카노 색깔과 닮은 저 갈색의 목련도 사랑해 주어야 한다. 비록 때를 놓쳤을지라도 진주빛 꽃잎을 단 한순간이라도 허락한 목련의 한 해 준비 기간과 그 정성과 수고를 기억해야 한다.

  나는
물을 잔뜩 넣고 얼음까지 채운 아메리카노 보다 커피 본연의 에스프레소가 낫다. 그런 의미에서 목련에서까지 아메리카노 닮은 색을 보니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가 생각난다. 이번 주에는 너무나 짧은 목련의 진주빛 꽃시절을 기리며 에스프레소 잘 하는 카페를 찾아나서야 겠다. 

** 목련에 대해 알아봤더니

목련(木蓮)은 나무에 핀 연꽃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약 1억 6천만년 전부터 등장한 속씨식물 중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다. 중생대 백악기에 공룡들 중 트리케라톱스, 티라노사우르스 등이 살던 시절에도 목련이 꽃을 피웠다.  목련 나무 아래를 걷는 공룡들을 상상해 보면 목련이 사람보다 오래 지구에 존재했음을 인정하게 된다. 나비나 벌보다 먼저 등장했기 때문에 꽃이 피면 꽃가루 매개체는 나비나 벌이 아닌 딱정벌레가 담당했다.

 

  목련과 같은 종은 백목련, 자목련, 함박꽃나무, 초령목, 태산목(상록수)가 있다. 

초령목
태산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