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감 승진을 후회하고 다시 교사가 되고 싶다니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3. 11. 22:22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내용은 아주 짧았지만 진심 어린 호소가 느껴졌다.
" 저는 교감이 된 지 2년 지났습니다.
교감이 되고 나니 너무나 힘이 듭니다.
다시 교사로 돌아갈 방법은 없을까요?"
댓글은 의외로 다양했다.
" 그와 비슷한 사례를 주변에서 봤다. 그 분은 명예퇴직하고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다. "
" 한 번 교감이 된 이상 교사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의원면직이든 명예퇴직이든 그만두는 수밖에!"
" 그래도 승진하느라 15년 이상 준비했을텐데 작은 학교로 옮겨서라도 새롭게 시작해 보세요."
세상에! 어느 직종이 승진하고도 다시 이전의 직급으로 돌아가고 싶어 할까? 무엇이 그렇게 힘이 들어서 그럴까? 그럼 승진을 해서 좋아지는 것보다 나빠지는 것이 많다는 말인가? 15년 이상을 승진하기 위해 준비하고, 여러 점수들을 채우느라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살았을 텐데 그 노력이 헛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하면 달라지는 게 무엇일까?
첫째, 근무하는 장소가 달라진다. 교사 때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집에 가면 굣ㄹ에 머물면서 업무와 교재 연구를 한다. 교무실, 행정실은 일이 있을 때 찾아가서 필요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정도다. 교감은 교무실에서 근무한다. 행정실무사가 1-2명 같은 공간에서 근무한다. 교무부장이 수업이 없을 때 교무실에 있기도 한다. 그럼 교감은 수업이 없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교감선생님은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바쁘다고 한다. 학교마다 다를 것이지만 대략은 일정은 이러할 것이다. 매일 혹은 매주 정한 요일 오전 혹은 오후에 교장선생님, 행정실장과 학교 일정 협의를 한다. 매일 교육청에서 오는 공문이 30~50개 정도 되는데 이 공문을 찬찬히 읽어보고 교사들이 맡은 업무를 돕기 위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교실에서 지도가 어려운 학생이 있을 경우 분리 지도를 해야 한다. 만일 학부모 민원이 있을 경우 행정실무사가 1차로 응대하지만 2차 응대는 교감이 맡는다. 신규 교사가 있을 경우 공문 작성부터 복무, 생활지도, 교재 연구, 업무 진행 등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교사들이 작성하여 결재 올리는 문서를 읽고 오류가 없는지 확인한 후에 결재해야 한다. 오후에는 교사들의 수업이 끝나기 때문에 대면하는 각종 회의, 업무에 대한 협의 등으로 대부분이 이어진다. 그래서 화장실을 갈 시간도 없이 바쁘다는 것이다.
둘째, 학교에는 교원, 공무직원, 교육행정직원 등의 다양한 직종이 있는데 이분들을 관리하는 일이 주어진다. 교사 때는 교사의 입장에서만 근무하면 되지만 교감은 교육과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의 업무를 파악하고 지원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러므로 학교의 일은 무엇이든 교감의 일이 되기도 한다. '이 공문은 교무실에서 해야지 행정실에서 할 업무가 아닙니다.' 라고 옥신각신하며 행정실과의 업무 핑퐁이 있을 때는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라도 조율하고 조율해서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교사노노, 공무직노조, 전교조, 공무원노조에서 업무 떠넘기지 말라는 협박성 공문도 수시로 받고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