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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수요일] 2025년7주ㅡ한 송이가 내려도 첫눈이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2. 12. 22:42

한 송이가 내려도 첫눈이다
                             

                                                 양광모 

 

아침 8시쯤,

또는 밤 11시쯤

 

십 초도 넘게 첫눈이 왔다고

천 송이 이상은 틀림없이 내렸다고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차로 달려와

세상에서 가장 기쁨에 들뜬 목소리로

흰 장미꽃 한 다발 건네주고 돌아갈

첫눈 같은 사람,

 

쏟아져 내려라

이십 초쯤 삼천 송이쯤

사랑한다면 한 송이가 내려도 첫눈이다.

 

ㅡㅡㅡㅡㅡㅡ

  올해 겨울은 지난 해 11월 말의 폭설로 시작했다. 그런 많은 눈은 120년 만의 일이라고들 했다. 습설이라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멋들어지게 펼쳐진 소나무 가지가 꺾어졌다.  생장점이 우산처럼 펼쳐진 윗부분에 있어서 아예 베어야 한다고 한다.

 

  2.3. 입춘 지난지가 일주일이나 되었고 오늘이 정월대보름인데 오늘도 눈이 내려서 기차가 연착되었다.  대설이라 7분 늦게 도착했다고 도착하는 역에서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기관사가 안됐다. 살다보면 그럴 수 있지 읺은가? 날씨 탓인데.

 

  여수 오동도에 갔더니 군락지에는 동백 꽃이 필 생각도 안하고 꽃잎을 잔뜩 웅크리고 들어 앉아 있다. 막 필려고 하던 지난주에 갑자기 추워져서 문을 닫고 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단다. 그나마 음악분수 앞에서 개량종인 사철동백을 발견했다. 그래도 반갑다.

눈 내리는 곳에서 한참을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먼저 만난 봄!

 

첫눈을 보는 마음으로 동백을 보고
그 마음 담아 시를 고른다.

동백을 보고 싶은 마음은 무채색의 세상에서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려는 희망에서 나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