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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다시 일어서는 교실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5. 1. 6. 16:50
우문현답(우리들의 문제는 현자아에 답이 있다.)을 찾는 기록자
"이 책을 같이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요. 선생님들, 학생들, 학부모들...." 이구동성으로 한 마디씩 말한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정치 전문가이고, 교육 전문가이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맹점이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찰하는 의미로 읽자고 하는 거겠지.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 '
"저는 학교 다닐 때 진짜 슬리퍼 벗어서 때리는 선생님도 봤어요. " 교육을 이야기 하자는데 먼저 체벌 이야기부터 나온다. 그러면 너도 나도 덧붙여서 이야기는 벌써 중심 단어 "교육"에서 멀어져서 '폭력'으로 흐른다. 그러다가 "요즘은 학교에 그런 선생님은 없는데 애들이 문제예요. 도대체 어떻게 된 게 말을 안 들어요. "로 종료된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교육"이야기를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저자는 '공교육 붕괴, 교권 추락, 괴물 학부모'등으로 묘사되고 있는 현재의 학교의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교사도 학생도 가고 싶은 학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초중고 학생, 학부모, 어린이집 교사, 초중고 교사, 교장교감, 장학사, 교육부 직원 등 110명을 인터뷰하고 한국 교육의 현시점에 물음을 제기한다.
한국의 근대 교육은 1894년 갑오경장 이후 신분제가 철페되면서 시작되었고, 130년이 지났지만 단 한버너의 시험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던 '과거시험'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의사가 되기 위한 의학대학 입학이 '과거시험 급제'와 흡사하다. 모든 공부의 끝이 과거시험에 매달려 있던 조선시대가 지금도 계속 남아있는 셈이다. 과거 시험의 합격을 위해 '사교육'이 있고, 학부모들의 수요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개혁은 매번 변죽만 울리고 과거 시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1등만 인정받는 체제이니 2등 이하인 학생들은 학교에 있는 시간이 힘들다. 이제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의대입시반'을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고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 교사들은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고객님'이 된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하기가 버겁다. 왜냐하면 교육은 '존경(존중) 받는 사람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한 번 물건을 팔면 그만인 판매직원과는 사정이 다른데도 교육을 서비스 직종으로 내모는 정치 속에 교육이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로서 현장에서 답을 찾고자 동분서주 하고 있다. 학교를 떠나는 건 능력 순이라는 자조적인 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학교 현장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있다. 교사의 시선, 학부모의 시선, 학교의 시선, 공교육의 시선으로 나누어 담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교육의 객체인 '학생의 시선'을 담지 못하고 있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지만 교육의 객체인 학생들의 시선도 필요하다. 그들이 읽는 사회와 미래가 궁금하다. 차후에 기회가 된다면 저자가 만난 학생들의 시선을 듣고 싶다.
한국의 정치가 혼돈 속에 있는데 교육이라고 예외일 수 있겠는가? 지난 시간 너무나 빠르게 진행해 온 우리의 '기적'들이 이제는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본다. 사람의 역사는 한편으로 치우쳐서 흐르지 않고 늘 균형을 유지하며 흘러왔다. 과거시험 합격으로 신분상승 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나 온통 그리로 쏠려 있는 시선을 움직일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저자는 발도르프학교와 대안학교들을 제시한다.
나는 미국의 가정통신문(p.39.)을 보고 저자의 마음을 발견하였다. 한국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이 담겨 있다. 가장 기초적인 소양을 가정에서 배우고 학교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2016년 이후 0세부터 어린이집에 맡기게 됨에 따라 모든 기초적인 소양을 기관에 맡기는 일이 벌어졌다.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 버린 데서 학교 교육의 출발점을 학부모와 교사가 다르게 가지게 되었다.
<미국의 가정통신문>
"안녕하세요", "부탁합니다.", "환영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와 같은 아주 유용한 표현들은 모두 가정에서 배우기 시작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아이들은 가정에서 정직함,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 부지런함, 동점심을 표현하는 것, 어른 과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 역시 가정에서 배워야 합니다. 청결하고, 음식을 먹으면서 말하지 않으며, 어디에/어떻게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지는 가정에서 배우게 됩니다. 또한 정리와 계획하는 방법, 소지품을 잘 관리하는 법, 아무 때나 다른 사람을 만져서는 안 된다는 것도 가정에서 배웁니다. 여기 학교에서는 언어, 수학, 역사, 지리, 물리, 과학 및 체육을 가르칩니다. 우리는 단지 아이들이 부모님에게서 받은 교육을 한층 더 심화해 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