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4 글쓰기

위기에 빛나는 사람, 낭중지추(囊中之錐)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12. 9. 17:42

   2024. 12. 3.(화) 22:30분경 시작된 계엄령을 시작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하루하루는 피가 마르는 상황이다.  군대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은 더욱 초조하고 긴장된 일상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시국에 적당한 말이 낭중지추다.  얼마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사자성어, 낭중지추는 쓸모가 빛을 발하는 시절을 만난 셈이다. 

  낭중지추는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자 이웃 나라인 초나라에 외교 사절을 보내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을 때 평안군이라는 사람이 수행원을 모으는 역할을 하였다.  식객 중에서 20명을 선발하기로 하였는데 마지막 한 명을 두고 고심하던 차에 모수라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뽑아달라고 말한다.  

"우리 집에 머문 지 얼마나 됐소?"

"삼 년 다 되어 갑니다. "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눈에 드러나는 법인데 당신은 한 번도 드러난 적이 없소."

"그건 평원군이 저를 주머니에 넣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오. 넣어만 주시면 송곳의 날카로운 끝뿐만 아니라 자루까지 내보이겠소."

이 말을 들은 평원군이 모수를 선발했고, 그의 도움으로 초나라와 동맹을 맺었다고 한다. 

 

 주머니 속의 송곳? 이라면 모난 돌이 정 맞는 거 아냐?라고 말할 수 있으나 전혀 다른 의미다.  주머니 속의 재능이라도 재능은 숨기려야 숨길 수 없이 위기에 어느 때든지 빛을 발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요즘 한국이 바로 그러한 때인 듯하다.  한국의 이 위기는 그동안 경제 성장의 그늘에 가려서 외면했던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제까지 시민들이 김수영 시인이 말했듯이 풀잎처럼 바람에 몸을 낮추면서도 풀뿌리처럼 지켜온 정신이 민주주의라고 여기고 지켜낼 것으로 본다.  낭중지추는 오늘날 한국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눈에 띄지 않지만 주머니 속에 들어오는 순간 빛을 발하며 주머니를 찢고,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누가 낭중지추일지를 기다리는 마음은 초조하지 않다.  그저 기다린다. 누가 낭중지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