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글쓰기-물.흙.불.바람/2024 글쓰기
2024. 12. 6.
시간에 색을 입히다
2024. 12. 6. 18:41
이런 설문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성함"이라는 말은 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직함이 높은 사람에게 주로 높여서 쓰는 말이다. 교육부에서 만든 늘봄학교 2025년도 신청하는 설문에 사용된 문장을 옮겨온 것이다. 이 문장을 심각하게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기에 잠시 시선을 멈춘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단체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거침없이 말한다. 개개인이 행복해야 전체 사회가 행복하다는 설정에서 그 논리는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단지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위에 제시한 문장과 같은 형식의 논리이다. "고객님,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 우리가 높임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요즘 좀 제 자리를 찾아간다 싶었는데 위의 문장을 보니 높임말이 갈 곳을 잃었다는 생각이 든다.
" 자녀의 이름을 기록하십시오. " 혹은 "당신의 자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귀 가정의 자녀의 성함"이라고 적는 것은 "손님은 왕"이라는 잘못된 자본주의 논리가 가져온 웃지 못할 현실 반영이라 씁쓸하다. 공공기관을 상대로 "내가 누군 줄 알고?" 하는 식의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의 시달리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읽는 것 같다. 공무원 9급 시험에 합격하려면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는가? 그런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작성한 것인데 '이름, 성명'이라는 말이 높임말이 "성함" 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